[파리]퐁피두센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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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압권이었는데요.
이것저것 정신없이 많이 찍기는 했는데, 막상 뭐라고 설명할 말이 뾰족하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 저기 가운데에 보이는 붉은 테라코타 벽돌 마감의 건물은 역시 렌조 피아노가 디자인한 음향연구소입니다. 나중에 다루기로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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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리에는 금속부재가 능숙하게 사용된 건물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 유명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지하철 입구부터 해서…. 에펠탑이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전에 다루었던 새라자를 비롯한 열차역들도 그렇구요. 보통의 건물들에서 흔하게 보이는 캐노피라던지, 빗물홈통, 난간 등에서도 비범한 디자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죠. 물론 퐁피두 센터 또한 마찬가지 이구요. 렌조 피아노와 리차드 로저스… 국적을 따지자면 이탈리아인과 영국인이지만, 이렇게 금속부재를 다룬 마인드를 찬찬히 보자면, 방금 언급한 철을 다루는 프랑스의 전통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더라구요.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파리 또한, 파리의 철구조 건축물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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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은 전기가 지나다니는 통로. 저렇게 노출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잠깐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괜찮으니까 저렇게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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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 저 에스컬레이터를 타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도 많은 날이 남았으니, 상관없습니다.
왼쪽 사진으로 입면 상세가 조금이나마 파악이 되는데요.
여러가지 두께의 구조부재들이 위계를 이루면서 질서정연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그 많은 부재들이 겉으로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 난잡하게 보이거나 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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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수평모서리” 부재를 올려찍은 사진.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건물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선박이나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거대한 석유화학 플랜트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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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부담이 없는 디카로 사진을 찍으니, 이런 점이 참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비슷한 장면을 많이 찍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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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부재들이 모두 같은 두께로 디자인 되었다면 얼마나 건물이 멍청하게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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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의 모습.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푸른색은 공기조화 배관이고, 녹색은 위생배관이고, 붉은 색은 사람들이 다니는 동선(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을 표현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안 보이지만, 노란색은 전기배선이구요.
참으로 재미있죠. 기술의 표현이자, 건물구성에 대한 설명입니다.

공기조화 배관이 저렇게 많아야 하는 것인지, 잠깐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요.

한쪽구석에 배관을 집중시켰으니 배관의 길이가 보통 건물들보다 많이 길어졌을테고.
그리고, 보통 건물들보다 층고가 높은, 체적이 큰 공간이니, 공기조화 부하량이 많아졌을 테구요. 그냥 그런식으로 짐작해 봅니다만, 그래도 과다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으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실내공기의 환기 뿐 아니라, 저걸로 냉난방을 다 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말이 길어지니 무식이 점점 탄로나는 것 같아서 그만 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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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뒷편의 길에서 찍은 사진.
이상하게 비현실적으로 보이죠? 포토샵으로 합성한 사진처럼 보입니다.

퐁피두 센터는 “마레지역”이라는, 파리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동네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 뒷편의 맞은편이 마레지역이 시작되는 곳이죠.
서울의 삼청동이나 가회동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이런 건물을 지어놓았으니, 그 충격이랄지, 효과가 엄청난 것이죠.

퐁피두 센터 국제현상에 김수근소장-공간도 참가했었다죠.
벽돌로 아기자기하게, 정말 아기자기하게 작은 방들을 마구 쌓아올린 안으로 기억됩니다만.
안 자체는 꽤 흥미롭고 좋아보였었는데요. 하지만,
이 곳에서 직접 에펠탑이라던지, 퐁피두 센터를 보고 나니까, 그리고, 퐁피두 지하에서 퐁피두 메츠의 전시회를 보고 나니까, 그런 종류의 대안이 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납득이 되더군요.

파리사람들이 이런 “그랜드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당대에 실현가능한 기술의 한계, 당대에 규정되고 인식되고 있는 건물유형의 한계에 도전하는, 세계에 둘도 없는 오직 파리 한 군데에만 존재할 법할 초현실적인 대안, 도발적인 대안을 바라는 것입니다.

에펠탑처럼, 퐁피두 센터처럼… 지어진 지 30년, 50년, 100년이 넘은 시점에서 바라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원히 모던하게 보일 법할, 건물같지 않은 건물을 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잘 지어진” “잘 디자인된” 착한 건물을 원하는 것이 아니죠.

퐁피두 메츠만 보더라도…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대규모 영구시설이 구현된 적이 아직 없는 시게루반의 디자인을 채택한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종이 파이프 구조… 말이 종이 파이프 구조이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일이죠. 아직 완전하게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퐁피두 센터 옥상에 실제 스케일의 부분 목-업 모형을 만들어 놓고 이제서야 검증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런 황당한 실험과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일종의 희생양이랄지, 제물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너무 안정적이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도시를 이루는 개개 건축물들의 경우를 보면, 전반적으로는 아주 보수적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가끔씩 이런 엄청난 폭탄을 도시 군데군데 하나씩 심어두길 원하는 것이죠.

흐음….

곰곰히 생각해보니, 딱히 파리의 경우를 마냥 부러워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구요.
각자 처해진 상황이 다르니까. 현실이 다르니까.
서울은 도시 전체가 작은 폭탄으로 뒤덮혀 있는 형국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파리같은 도시가 있으면 서울같은 도시도 있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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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교헤이를 점심때쯤 퐁피두 앞에서 만난 뒤,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해질 녘에 다시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인데요.

밤에 보니 또 다른 감흥이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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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차역, 또는 공항을 연상케하는 분위기. 사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흡입력이 대단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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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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