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연패

약 삼주전, 입사하기 직전에 사서 단숨에 읽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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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책…

이제 안도다다오는 최신트랜드의 중심에서 크리티컬한 화두를 던져주는 건축가는 더이상 아닙니다. 이야기꺼리가 될만한 작품이 나왔던 적도 한참 전의 일인 것 같네요.

이 책의 내용도 마찬가지 입니다. 온 머리를 뒤흔들만한 날카로운 내용도 별로 없고.
대부분 이전에 발표되었던 글의 내용들이 중복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

하지만, 안도의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자신의 체험, 자신의 생활, 자기가 걸어온 길에서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참신함은 없지만,
진부하면서도 그냥 넘어가기는 힘든,
묵직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

앞에서 “최신트랜드의 중심”은 더이상 아니라고 했지만,
어찌되었든 자수성가하여 세계 최고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인데.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연전연패”라고 냉정히 규정하고,
(최근 안도다다오가 “연전연패”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동시대 다른 건축가들의 장점을 냉철하게 진단하면서도,
필요 이상의 겸손이나 자기비하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이상으로 과장되게 자신을 비하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참으로 좋게 생각되고,
선배 건축가이기 이전에 “어른”으로써 존경할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

안도다다오를 알게 된 지 13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나름대로…
매일매일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그래서 굉장한 자신감에 차있었던 때도 있었고,
필요이상으로 자기 혐오에 빠져있었던 때도 있었고,
하루하루를 짜투리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생활했던 때도 있었고,
몇 달 동안을 아무런 의미없이 헛되이 보낼 때도 있었고…

그러는 동안, 안도다다오는 늘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변함없이.
묵묵히 서 있다기 보다,
늘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조용히, 하지만 굳건하게 한발 한발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하겠습니다.

….

참 웃긴 것이, 그게 저에게 힘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적도 없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지만.

그리고 지금의 저에게 머리를 찡… 울리는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내 등 뒤를,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읽고 나서 딱히 남는 것도 별로 없는데,

책꽂이에 꽂아두고 가끔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
힘을 얻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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