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드타운/01

요즈음 업데이트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뉴욕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양은 많은 반면에 체계적으로 찍혀지지 않아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올려야 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서 선뜻 글을 올리기가 어렵네요.

 

미리 대충이라도 공부를 한 다음에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 했던 것을.

요즈음 개인적으로 조금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공부 의욕도 안 생겼고, 그런 와중에 그냥 아무런 정보 없이 닥치는 대로 경험하고 싶다는 핑계를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맨하탄이라는 곳이 규모와 밀도의 측면에서 처음 경험하는 사람을 압도하며 거의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특정 포인트만을 골라서 깊게 파고 드는 식의 분석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분위기에 풍덩 빠져보는 방법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인터넷이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연결이 잘 안되어서 무선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진도 한꺼번에 많이 올리지 못하게 되었네요.

 

 

아우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사진 올라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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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확대)

찍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미드타운(mid-town)이라고 불리우는 동네랍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나와서 타임스퀘어 반대방향, 즉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보시는 대로 아주 누추한 모습인데요. 마치 삼십 년 쯤 전으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기도 합니다.

필라델피아의 풍경과 크게 다르진 않는데, 훨씬 밀도가 높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르겠지만,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끝없이 줄지어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저기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머리가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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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돈되지 않아서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광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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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벽돌 마감의 고층건물들이 많이 보입니다.

회상해 보면, 파리에서는 고층건물을 이렇게 지어 놓은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대부분 프리패브리케이티드 콘크리트 판넬이나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건물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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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의 건물들을 다루면서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건물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건물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거리의 풍경은 그렇게 난잡해 보이거나 천박해 보이지 않았어요. 벽돌의 느낌과 무식하도록 단조로운 창문 패턴, 그리고 황량하게 넓고 커다란 건물의 입면이 그런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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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의 건설 방식 차이 (미국 동부에서는 벽돌 마감의 고층 건물이 많이 보이는 반면에, 파리에서는 대부분 프리패브리케이티드 콘크리트 판넬이나 노출 콘크리트 마감의 고층 건물들이 많이 보이더라)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건설환경의 차이 (인건비 내지는 기술발전 혹은 선호 기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만, 벽돌 마감의 고층건물 보다는 프리패브리케이티드 콘크리트 판넬 방식의 고층 건물이 더욱 진화된 형식의 건물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미국 동부의 오래된 도시들은, (아주 얕게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넘겨 짚기로는) 영국의 건물 스타일, 건설 방식을 답습하는 식으로 건설되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벽돌이나 돌로 지어진 저층 건물들이 많이 있죠. 물론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에는 벽돌 건물들 보다는 벌룬 프레임 방식의 나무집이 더 널리 지어지게 되지만.

 

아무튼 그런 스타일. 영국식의 저층 벽돌 건물을 짓던 관습이 고층건물에 그대로 적용된 결과가 지금의 풍경인 것 같습니다. 지어야 하는 건물의 규모가 커지면 건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이겠지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태도 보다는 짧은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 내지는 두고 온 고향에 대한 향수가 당시 사회분위기를 더 강하게 지배하지 않았었겠느냐는 생각도 들고요. 역시 그냥 무식하게 넘겨짚는 것이지만, 사방에서 몰려 들어오는 엄청난 숫자의 이민자들로 인해 양질의 저렴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벽돌마감의 고층건물이 지어지게 되는 데에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냥 짐작해보는 것이고요.

 

다시 사진을 보면, 뭐 누차 하는 말인데, 참으로 매력있는 풍경입니다.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인지, 건강한 건물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이전에 말이죠.

 

넓고 황량한 낡은 벽돌마감의 벽면들과 지루하도록 단조로운 창문 패턴,

그리고 허름한 물탱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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