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라데팡스-노틀담-01

제목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텐데요.
라데팡스에 있는 “노틀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교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 이 블로그의 다른 사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 교회의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교회 할머니들이랑 약속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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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사진들이죠. 그때만해도 엄청 더웠었는데.
이 사진은 라데팡스의 “그랑아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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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들 사이에 유리벽이 삐죽 올라온 것을 우연하게 발견해서 알게 된 건물.
한 눈에 보기에는, 한물간 스타일의, 조금 하품이 나올 듯한 스타일입니다.
현란하진 않지만, 정해진 스타일에 맞추어 정갈하게 써 내려간 소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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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건물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몸부림일까요. 전면의 높은 유리벽이 인상적인데요. 십자가만 앙상하게 삐죽 튀어나오는 식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네요.
유리를 고정하는 디테일도 인상적이었어요. 보시다시피 철물로 인접한 유리를 잡아주고, 유리 사이는 그냥 띄어둔 상세인데요. 실리콘으로 떡칠을 해놓는 것보다 훨씬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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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유리 가벽에 붙어 있는 외부 계단.
계단 위의 문은 오직 나올때에만 밀어서 여는 식으로 가동되는, 비상탈출구 식의 문입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에만 쓰라는 것이겠죠.
계단의 재료는 낯이 익은 것인데.
예전에 재미나요(건축과도시)에서 “마음에드는바닥재”라는 타이틀로 올렸던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만.
이렇게 새하얗게 도장이 되어 있어서,
제가 좋아했던 야성적인 느낌이 거세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김이 새어버린 맥주같은 느낌.
(그런면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페로 사무실의 건물.. 역시 페로 디자인.. 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재료들로,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이거든요. 조만간 정리해서 올릴게요. 아무튼 이런 면에서는 페로와 제가 참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얼굴보기도 힘들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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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면, 앞서 설명드린 나올수만 있는 문이 나오는데.
문지방 위에다가 저렇게 가시를 달아 놓았어요. 파리 건물들에서 자주 보게되는 광경입니다. 비둘기들 앉지 말라구요. 비둘기들 앉으면 똥누고…. 그게 엄청난 오염의 원인이 되거든요.
몽마르뜨 언덕 위의 새하얀 성당 있잖아요. 그 성당 뒷면이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더랬죠.

아무리 그래도 조금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인데요.

비둘기들에게 이 정도의 여유도 베풀어주지 못하는 주제에,
우리들에게 무엇을 주겠다는 것이냐.. 는 생각이 얼핏 들더라구요.

아래 사진은 정문 유리창에 붙어있던, 이 교회의 선전포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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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 외벽과 내부의 가벽 사이에 놓인 계단이 나오고. 계단 하부 옆에 이렇게 성수가 샘처러 나오구요. 공간구성이나 외관, 전체적인 스타일 등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참신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구석구석 정성이 들어가 있고, 또한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감각이 느껴지는, “좋은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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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난간. 호오! 이것은 예전에 루이스칸 작품집에서 봤었던, 킴벨미술관에서인가 쓰였던 방식의 난간과 거의 똑같은 걸!!!

아무튼 좋더라구요. 수공예적이고 인간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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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이 아주 높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위를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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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들… 벽이라던지, 보라던지, 천정이라던지… 요소들이 맞물리는 형국이 명쾌하게 묘사되어 있구요. 거기에다가 각각의 요소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서 보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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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다 올라가면 이렇게 성금함(?)이 나옵니다. 교회모형을 성금함으로 쓰고 있는 것이 희한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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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다 올라가면… 아아…. 예배당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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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뚜렛 못지 않은 감동이 느껴지더군요.
전면의 샌드블라스팅 유리는… 보시다시피 햇볕을 산란(?)시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손을 유리에 얹어놓았는데, 마치 손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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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대…. 라고 하나요? 거대한 암반을 정교하게 두부썰듯 조각낸 듯한 느낌입니다.
참으로 정갈하게 되어 있죠?

배후의 선형 조각물…. 아마도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을 추상화 해 놓은것 같은데요.
자유분방한 패턴이 경직된 느낌의 강론대와 대비되면서도 아주 아주 잘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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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의 한쪽 벽면은 이렇게 천정과 같은 마감재로 되어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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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처리된 펀칭메탈입니다. 어두운 색이 마음에 들더군요.
참으로… 센스있게 잘 디자인되었다는 생각이 거듭거듭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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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리고, 강론대(아이고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네요.)는, 커다란 쇳조각을 통짜로 잘라내어 가져온 것처럼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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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대에서 바라본 모습.
왼쪽구석에 방금 들어온 입구가 보이고.
오른쪽 사진은 예배당의 오른쪽 구석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보입니다.

프랑스에서는 할머니를 조심하세요.
할머니들이 아주 친절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서 그러는 것인지,
한번 입을 열면 삼십분이고 한시간이고 계속 말이 끊기지 않구요.
자청해서 가이드를 해준다면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데, 발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지치지도 않습니다.

이 교회에서도, 들어가니까, 할머니들이 다가오시더니,
프랑스말 못하고 영어 할 줄 안다고 하니까,
의외로(!) 유창한 영어를 하시면서, 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시면서 교회 가이드를 해주시더라구요.

방금 글에서는 그냥 웃으라고 약간 비꼬는 투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교회에서는 가이드 해주시는 할머니 덕에 교회 구경을 아주 잘 한 경우입니다.
특히 예배당 내부에서는, 그냥 간략하게 설명을 해 준 뒤에, 혼자 내버려두더라구요.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이 예배당안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수가 적어지게 되거든요.

교회 구경을 잘 하기도 했거니와,
교회에 대한 신도들의 애정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된 것 같아서, 그게 참 좋았어요.

아무튼, 저의 손을 잡고,
저 사진에 보이는 성모마리아 상 앞으로 데려간 뒤,
수줍게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디스 이즈 아워 메리….”
하고 나즈막하게 이야기하는데,

별것 아닌데 참 가슴이 찡하더군요.

교회 건물에 대한 자랑은 끝이 없고….

라데팡스에 삼만명(정확한 숫자가 생각이 안납니다.) 가까이되는 유동인구가 있는데,
그들을 위한 교회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생긴 교회이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라,
평일날에도 예배를 본다.

교회의 탄생배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구요.

건물 옆면, 그러니까 방금 설명한 계단의 외벽…. 그게 허당에 메달린 기역자 형상의 가벽인데요. 그게 무게가 100톤이라느니… 그런 설명도 들었고.

개중에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그냥 별 감흥이 안 느껴지는 설명도 많았지만,

건물에 대한 애정… 이 건축가를 지망하는 건축실무초년생의 옷깃을 여미게 하더라구요.

이런 맛에 건축을 하는구나… 는 생각도 들고.
내가 지은 건물이 이런 사랑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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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가운데에 있는 철제 조형물도 보기에 좋았고.
예배당 내부 마감인데. 마감도 아니고, 그냥 노출콘크리트인데요.
안도다다오의 그것과는 사뭇다른 느낌입니다. 더 거칠고 강인한 질감을 보여주는.
그리고 보시다시피 폼타이 배열 간격도 안도다다오의 그것과 다르구요.
그래서 (선입견 탓이겠지만) 일본냄새가 별로 안 나는 것 같습니다.

폼타이 간격과 거푸집의 크기. 아시다시피 안도다다오의 거푸집크기는 정확하게 다다미의 크기를 반영한 것인데요.

“상표화”가 되어서 그런지, 폼타이 간격과 거푸집 크기 같은, 아주 추상적인 패턴이 문화적인 코드를 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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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의자. 의자 자체도 참으로 정갈하게 (아무튼 이 교회를 본 느낌을 한 단어로 꼽으라면 “정갈”이 되겠습니다.) 디자인 되었지만,
이렇게 의미있는 얼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람이 넘치고 의자가 모자라면, 이렇게 나누어서 같이 앉으라는 것이겠죠.
의자가 딱히 모자라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구같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왔다면, 이렇게 펼쳐서 같이 앉을 것이구요.
성경말씀 몇십개, 몇백개 보다,
(저에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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