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출입구의 모습입니다.
건물 본체에 반쯤 파묻힌 거대한 유리 원뿔은 건축가 “기쇼 구로가와”의 시그니춰입니다.
그가 설계한 다른 많은 건물에서 같은 방식으로 사용된 조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후한 평가를 내리고 싶은 건물이긴 하지만, 이런 조형, 이런 수법은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특정 조형을 시그니춰로 삼는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소 코믹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습니다.
기단부의 난간인데, 건물처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달려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 좋은데, 다만 손스침이 끝부분과, 난간기둥이 바닥과 만나는 부분의 처리가 좀 방만해 보입니다. 작가라고 불리우는 건축가의 작품에서 느껴질 법한 팽팽한 긴장이 다소 무너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감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글라스 루버들의 집합으로 경계면이 블러(blur)된 건물의 겉모습은 너무 아름다왔습니다.
유리를 사용해서, 이렇게 깔끔하고 단호하면서도 동시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적잖게 놀랍습니다.
거대한 야채나 과일들이 무리를 지어 서 있는 듯한 느낌도 납니다.
가지만 남은 나무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참 근사해 보였습니다.
인공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듯한 모습.
…
…
…
짧은 직선들이 조금씩 휘어지는 식으로 배열되어 곡선인 것처럼 연출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하나하나가 다 곡선이었고, 그 곡선들이 정교하게 늘어서면서 유연한 큰 곡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글라스 루버의 표면에 땡땡이 무늬가 인쇄되어 있는데, 그 땡땡이 무늬와 유리 경계면을 비교해 보면, 단위 글라스 루버의 끝이 모두 미묘한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입니다.
저 수 없이 많은 유리 루버들이 모두 다른 형상으로 잘라진 것은 아니겠고,
몇 가지 유형으로 그루핑되어 있겠지만, 아무튼 놀라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