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테라스로 올라오니 학교 건물들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건물은 도서관과 체육관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별관이었는데요.
교실동과 연결되는 결절점은 위아래로 연결되는 외부계단과 바깥으로 통하는 교문이 함께 맞물려 조금 성긴 느낌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런 식의 처리는 참 호감이 갑니다. 건물 덩어리와 덩어리,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이 접하는 상황이 명쾌하게 표현되어 건물의 얼개를 이해하기도 쉽고, 조형적으로도 큰 무리 없이 무난하게 처리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별개의 오브제처럼 처리되어 큼지막하게 만들어진 하나의 교문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드나드는 것 보다는, 이렇게 건물 이음새마다 작은 교문들을 두어서 학교에 스며들듯 드나들게 연출하는 편이 보다 탈권위적이고, 탈중심적인 체험을 준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더 바람직한 계획이라 생각합니다.
1층부터 지붕까지 뻗어올라가는 기울어진 기둥들이 인상적인데, 2층 테라스에 작은 집이 있어서, 큰 집 안에 작은 집이 들어가 있는 듯, 재미나게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 작은 집은 방송실이었는데,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계획입니다.
운동장과 교실동이 훤히 보이는 2층 테라스 위에 독립된 박스로 지어진 모습이,
학교 전체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송출하며 막강한 힘을 뿜어내는 방송실의 이미지에 걸맞아 보입니다.
옥상 난간에 약간의 틈을 주어 시계를 “맞춤”식으로 달아놓았는데, 역시 감탄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별 것 아니고 기술적으로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다지 큰 돈 들이지 않고 지어지는 건물을 계획하면서 이 정도의 정성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장면입니다.
아무튼, 2층 테라스를 계속 둘러보았습니다.
구민회관에 붙어있는 유치원인데요. 넓은 마루마당이 유치원치고는 좀 칙칙해 보입니다.
난간에 지지대를 설치해 놓았는데, 아무래도 애들이 난간을 붙잡고 장난을 많이 치니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나중에 덧붙여 놓은 것 같습니다.
이런 처리도 기억해 둘 만 합니다.
아래층에서는 천창이 되고, 위에서는 넓직한 벤치가 되고…
운동장에서 바라본 구민회관 모습.
구조와 칸막이가 명쾌하게 구분되어 표현되어 있고, 재료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이런 모습은 아이들 교육에도 참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건축설계업 종사자의 일방적인 희망일 수도 있겠습니다. ^^
메탈 메쉬는 수평가동식이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보기엔 그럴듯 합니다.
캐노피인데, 이것만 보면 주름진 모습이 다소 과장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좀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은 옆 건물 지붕패턴이 그대로 연장된 것임을 알 수 있죠.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나면, 그렇게 과장되고 조잡한 디자인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