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루브르/만지지마세요

삼주전인가.. 사주전인가..
루브르 박물관에 갔었는데요.
각종 전시물들도 좋았지만, 전시되는 방식을 비롯한, 박물관건물 그 자체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가더라구요. 한편으로는, 기대했던 이집트관련 유물들은 생각보다 별로였구요.
유물들 자체가 기대이하였다기 보다는, 그것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성의없이 엄청난 숫자의 유물들이 겹겹이 쌓여서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조금 서글픈 생각도 들었었구요.

모나리자 앞에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마구 플래시를 터뜨려대는 단체 관광객들을 보면서는 약간의 혐오감도 들었습니다.  하도 여기저기에서 번쩍번쩍해대는 통에, 제대로 볼 수 도 없었어요. 하긴, 그렇게 보고싶어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충전지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희한하게 다가왔던 것들을 몇 컷 찍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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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분야의 “디자인”들 중에,
(광고, 디스플레이, 건축, 패션, 그래픽, 간판, 자동차, 지하철, 버스 등등….)
우리나라 것보다 촌스러워 보이는 것들도 의외로 많구요.
(감각과 문화가 다르니까… 객관적으로 무엇이 더 고등하다, 저등하다는 식의 절대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 좋아 보이는 것들 중 하나가, 이러한 그래픽 디자인 부분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품들을 모아놓은 전시장에 붙어있던 푯말인데.
전시품들을 만지지 말라는 사인이죠.

전시품들을 만지면 글자가 이렇게 지워지는 것처럼 전시품도 훼손될 것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직관적으로, 명쾌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유머러스해 보이기도 하구요.

처음엔 글자들이 훼손된 상황인 줄 알았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눈길을 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죠. 이렇게 디자인된 것입니다.

대단하죠…

디자인의 저력.
예쁘고 감각 있게 꾸미는 것만이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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