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미래” 보다는 “과거”에 더 끌리나 보다.
찍어온 사진들 중에 “과거-현재” 에 관련된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본격적인 디자인에 앞서, 분석이나 리서치에 관련된 내용이 쓸 데 없이 장황한 것 같아서 조금 겸연쩍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디자인과 리서치의 경계라는 것도 애매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구색맞추기 식의 억지 분석, 억지 리서치가 아니라면,
그리고 전체적인 전략을 염두에 둔 리서치라면,
양이 많아서 문제가 될 것은 아니겠다.
아무튼, 이번 포스팅으로 분석이나 리서치는 마무리를 짓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본격적인 디자인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게스트 디자이너로써 내 제안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지,
최종 결과물에 얼만큼이나 반영될 지 의문이지만,
일단은 오랜만에 마음껏 머리를 굴려보는 계기를 갖게 되어 감사할 뿐이다.
…
…
…
RC 구조체 사이에 벽돌을 채워 넣는 “습식공법” 으로 지어진 예전 공장건물이다.
이렇게 한가지 색으로 싸바르듯 페인트칠을 했을 뿐인데, 나름 세련되어 보인다.
이것도 마찬가지.
우리 사업대지 살짝 바깥에 위치한 건물인데, “오렌지” 어쩌구 하는 이름의 회사 건물이다. 그래서 마감재료나 건축요소에 상관 없이 오렌지 색으로 무식하게 발라 놓았는데,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제법 볼 만 하더라. 조금 초현실적인 분위기도 나고. 그렇다고 예전 구법, 예전 분위기를 완전히 감추어 버린 것도 아니고.
이런 정도의 터치가 디자이너로서의 건축가와 생활인으로서의 거주인이 현실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수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겉돌지 않고 착 달라붙는” 디자인을 가능케 하는 편한 해법이 될 수도 있겠다.
거대한 공장 건물을 두 동강 내어 허물어 뜨리면서, 드러나게 된 단면을 골함석판으로 메꾸어 놓은 장면이다. 역시 우리 대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던 공장인데, 위 사진에서 보았던 “오렌지” 어쩌구 하는 공장의 일부이다.
황량하게 넓은 골함석판 역시 공장의 코드라고 할 수 있겠다.
길 건너편에서 바라본 대지 모습. 왼편에 “마리오 아울렛”이 보인다.
멀리 고층 아파트형 공장들과 가까이의 옛공장건물을 개수한 아울렛 매장 건물이 겹쳐 보이는 것이 지금의 대지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여 인상적인 씬이다.
역시, 박공지붕에 띠창.
균질한 조도 확보를 위해 가로로 긴 띠창을 놓았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천정 가까이 뚫어 놓은 결과가 이런 식의 양식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었겠는가….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
이면 도로에 접한 부분은 간판 따위를 세울 필요가 없어서인지, 비교적 예전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할 수 있었다.
여러 공장 건물들 사이의 틈새인데, 당장은 삭막하게만 보이는 이런 공간이 오히려 매대들이 나란히 설치된 야외 쇼핑몰 따위로 쉽게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공장… 내지는 사무실 등으로, 아직도 예전처럼 기능하고 있는 건물들도 제법 보이더라.
옛 공장 건물의 모범적인 재활용 사례로 보이는 “마리오 아울렛”
한가지 재질, 한가지 색깔로 단순하게 뒤덮는 것만으로도 강한 공간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들도 좋아하는 듯.
겹쳐짐.
…
…
…
…
“문제풀이에 대한 모든 힌트는 문제 안에 있다.”
는 조언을 해 준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 생각난다.
편하게 생각하고 가볍게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