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나비지붕집/전원속의내집

[깊은풍경]나비지붕집/전원속의내집

월간전원속의내집 표지

월간 전원속의내집 2019년 1월호에 ‘나비지붕집’이 소개되었습니다. 급박한 일정에서 애써주신 편집장님과 최지현 작가님, 그리고 흔쾌히 취재 허락해주신 건축주께 감사드립니다.

전원속의내집 첫번째와두번째페이지

‘건축가님의 책에 담긴 신선한 디자인 시각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메일. 첨부파일에는 새로운 집에 바라는 내용과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젊은 부부는 직장 때문에 거처를 원주 혁신도시로 옮기게 되었고,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 동네에 머무를 요량이다. 그래서 공들여 주택을 지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남편분은 라이프 스타일에 뚜렷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건축자재와 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건축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디자인 감각과 집요함은 건축가보다 더 건축가다운 면모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건축가를 대하는 태도는 조심스러웠고,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를 존중해주려 애쓰셨다.

전원속의내집 세번째와 네번째 페이지

단독주택 블록의 끝, 마을과 숲의 경계에 놓인 땅. 찍어낸 듯 늘어선 필지들 가운데 오직 이 땅만 일그러진 윤곽으로 여러 개의 도로에 접해 있다. 이런 곳이라면,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집의 앉음새를 고민하게 된다. 여러 대안들을 검토하는 와중에, 건축주는 정사각형 윤곽의 평면을 제안하였다. 단순한 조형이 취향에 맞으며, 겸사 공사비를 아낄 수 있겠다는 이유였다. 거기에 건축가는, 사방으로 열린 땅에 여러 방향으로 동등한 얼굴을 세우는 것은 적절한 액션이라는, 그리고 구심력을 갖고 똘똘 뭉친 조형이라면 갓 태어난 마을에서 소박하지만 묵직한 선언이 될 수도 있겠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전원속의내집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페이지

지붕은 ‘지구단위계획지침’(경사지붕)과, ‘수평의 실루엣’(평면과 앉음새에 어울리는 조형)을 동시에 만족하려는 고민의 결과이다. 서둘러 만든 스터디 모형에서 ‘묵직한 본체 위에 살짝 접힌 지붕이 가볍게 올라타는’ 이미지가 도출되었다. 그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콘크리트 본체 위에 각형 강관 구조체가 올라타는, 주택에서는 드문 구조방식을 채택하였다. 덕분에 지붕과 벽 사이에 예리하게 찢어진 틈이 생겼고, 그 틈은 고창(高窓/clerestory)이 되었다. 지붕의 아랫면, 2층의 천정은 조명기기나 센서 같은 별도의 요소가 전혀 붙지 않은, 순수한 백색의 면으로 처리되었다. 2층 가족실의 유리바닥은 시원하게 열린 느낌과 공간의 효율을 동시에 원하는 아내분의 바램에서 나온 것이다. 통통한 평면의 갑갑함을 해소하면서 빛과 인기척을 이어주고 있다.

전원속의내집 일곱번째와 여덟번째 페이지

접힌 지붕과 고창, 그리고 유리바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비지붕집 고유의 공간을 연출한다. 얼핏 폐쇄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집 안 분위기는 바깥 날씨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섬세하게 반응하여 극적으로 변화한다. 집안 깊숙이 들어온 햇살은 공간을 관통하고, 부딪히고 부서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를 빚어낸다. 유리바닥을 통해 2층에서 1층으로 쏟아졌던 햇살의 흐름은, 밤이 되면 1층에서 2층으로 솟구치는 인공 빛의 흐름으로 역전된다. 공간과 공간과의 관계, 그리고 개별 공간의 점유 방식 또한 뒤바뀌게 된다. 낮에 햇살을 받아들이는 입구였던 고창은, 밤에는 내부의 빛을 바깥으로 발산하는 출구가 된다.

새로운 삶에 대한 상상은 벽, 기둥, 바닥, 계단, 지붕, 그리고 빛 같은, 기본적인 건축 요소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집을 꿈꿀 때, 공간 그 자체의 분위기(atmosphere) 또한 적극적으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숫자로 나타나는 면적이나 공간의 효율성, 생활의 편리함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가치. 막연히 세련되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스타일과는 다른, 건축 구성 원리의 핵심에 도전하는 디자인의 힘을 믿는다. 안정된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 추구하는 건축주 부부의 개성 넘치는 삶. 그 삶을 담아내는 무난한 배경을 넘어, 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영감을 주는 집이 되기를 바란다. ‘불편한 드라마를 기대합니다.’ 건축주가 보낸 최초의 이메일에 써 있던 문구처럼.

외부 전경
ⓒ최지현
이웃집들과 함께 자리잡고 있는 나비지붕집. 나비모양으로 여러 번 접힌 지붕은 이웃 박공지붕 집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얼핏 평지붕인 것 같은 납작한 실루엣을 연출, 붉은색 벽돌마감과 더불어 탄탄하고 야무진 이미지를 연출한다.
ⓒ최지현
2층 가족실 전경. 접힌 지붕 모양 그대로 실내에서는 천정이 된다. 벽은 천정의 저점까지만 올라가고, 벽과 천정 사이 세모난 틈은 유리로 채워진다. 틈을 관통해서 천정판은 막힘 없이 이어진다.
ⓒ최지현
1층. 상부 유리바닥을 통해서 2층 가족실의 공간 분위기가 식당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정사각형 윤곽의 통통한 공간이지만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유리바닥에는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러그를 깔거나 반투명 필름을 붙이는 식으로 개조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다.
ⓒ최지현
낮은 계단은 수납공간을 품은 목계단으로, 높은 계단은 캔틸레버 철판으로 날렵하게 연출했다. 오른쪽 구석, 낮은 바닥으로 처리된 곳은 놀이방 겸 게스트룸.
ⓒ천경환
2층, 옷방, 욕실, 주인침실을 잇는 복도 겸 파우더룸. 한 켠에 마련된 화장대는 깊이는 얕지만 폭이 넓어서 활용도가 높다. 해링본 패턴의 원목마루는 바닥을 실제보다 넓어 보이게 한다. 건축주의 센스.
ⓒ천경환
계단 중간, 1층과 2층의 경계. 2층의 고창으로 들어온 빛은 관통하고, 부서지고, 때로는 반사되며 공간 구석구석을 물들인다. 
ⓒ최지현
가볍게 둥실 떠다니는 듯한 2층의 분위기와 납작하게 가라앉은 1층의 분위기가 한 눈에 보이는 장면.
ⓒ천경환
밤이 되면 유리바닥은 빛의 바닥이 되어 1층의 인공광을 2층으로 솟구치게 한다.
ⓒ천경환
해질녘 2층 가족실 풍경. 시간의 변화에 따라 빛의 방향 뿐 아니라 공간의 색깔도 바뀐다. 지붕 모양 대로 접혀진 천정판은 빛을 담는 스크린이 된다.
ⓒ최지현
해질녘의 모습. 낮에 햇살을 받아들이는 입구였던 고창은, 밤에는 내부의 빛과 공간감을 바깥으로 발산하는 출구가 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대지면적 : 285.60M2 (86.39평)

건물규모 : 지상2층

건축면적 : 85.00M2 (25.71평)

연면적 : 153.30M2 (46.37평)

건폐율 : 29.76%

용적률 : 53.68%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7.05M

구조 : 철근콘크리트(건물본체) + 경량철골(지붕)

단열재 : 130MM 비드법보온판 (가급 단열재)

외부마감재 : 듀라스택 S340 탱고레드 (고밀도 시멘트 벽돌)

창호재 : 공간창호 (43MM복층유리_투명일면로이코팅처리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구조설계 : 김수경 구조기술사

기계전기 : 무진엔지니어링, 시대전기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담당 : 김혜운, 백정현, 신지은, 진용한 (가나다 순)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노출콘크리트 위 발수코팅, 원목마루, 33MM 3중접합유리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그로헤, 대림바스.

주방가구 및 붙박이장 : 우림퍼니쳐

조명 : 성훈조명, FLOS

현관문 : 리빙도어 (단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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