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다정동단독주택/물결지붕집

[깊은풍경]다정동단독주택/물결지붕집

사진 : 윤홍로
동측면

0_들어가며

‘물결지붕집’은 ‘나비지붕집’의 후속작으로, 신도시 단독주택 필지라는 입지조건과 단순한 본체 위에 여러 번 접은 지붕을 올린다는 대강의 조형원리를 공유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물결지붕집에서 공간은 조금 더 치밀하게 구성되었고, 동선과 시선은 보다 더 구체적으로 연출되었으며, 구조시스템은 한결 더 효율적으로 발전되었다.

1층평면도
1.주방및식당 2.3.가족실 4.옷방전실 5.욕실 6.옷방 7.다용도실
8.현관전실 9.현관 10.손님방 11.현관창고
2층평면도
1.아드님방 2.따님방 3.가족욕실 4.샤워실
5.부부침실 6.파우더룸 7.화장실 8.샤워실 9.서재
종단면도
1.옷방전실 2.욕실 3.계단아래다락 4.현관 5.손님방
6.주인침실 7.파우더룸 8.샤워실
횡단면도
1.주방및식당 2.가족실 3.계단아래다락 4.옷방 5.보일러실
6.아드님방 7.따님방 8.복도 9.가족욕실

1_가족과 공간구성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와 어린 세 자녀를 위한 집. 가사노동 부담을 최소화하는 공간구성이 우선의 목표였다. 온 가족의 옷장들을 1층 큰 옷방으로 통합, 모든 가족은 귀가하면 일단 1층 세면실을 거쳐 옷방으로 이동,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2층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건축주 부부의 오랜 고민이 담긴 구체적인 요구사항이었다.

건축가는 그렇게 형성된 강제적인 동선에 가족실, 계단, 보이드를 결합하였고, 계단참 벤치와 뻐꾸기창을 열에 맞추어 덧붙였다. 동선과 시선이 가장 긴밀하게 겹쳐지고 교차되는 곳이 가족실이 되는데, 가족실은 빅테이블이 놓임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가족실과 계단은 아기자기한 골목길 같은 느낌으로, 분명히 집 안이지만 뻐꾸기창을 통해 연결되는 인근 침실들에 대해서는 마치 옥외공간인 것 같은 감각을 연출한다. 아파트 보다 더 살기 편한 집이기를 바라는 한편으로, 가족들이 우연인 듯 필연적으로 마주치며 서로를 새삼스레 발견할 기회가 자주 생기는 집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사진 : 윤홍로
동선과 시선이 모이고 교차하는 가족실.
계단으로부터 연장된 벤치와 테이블.
부부침실의 뻐꾸기창.
사진 : 천경환
왼쪽의 부부침실 뻐꾸기창, 오른쪽 정면으로는 따님방의 뻐꾸기창. 가족실,계단실,복도 공간은, 뻐꾸기창을 통해 연결되는 인근 침실들에 대해서 마치 옥외공간인 것 같은 감각을 연출한다.
1층
2층
철근콘크리트구조로 이루어진 건물 본체 위에, 고창(clerestory)을 세운다. 아드님방과 따님방 사이, 복도와 욕실 사이 등, 사생활 확보가 중요한 곳이라든지,서향의 햇볕을 가릴 필요가 있는 곳에는 부분적으로 벽을 세운다. 이 것이 지난 ‘나비지붕집’과 달라진 점이다.
지붕

2_물결지붕(구법,구성,효과)

사진 : 천경환

간결한 윤곽의 본체 위에 별개의 지붕을 올려서 두 가지 기하학적 질서를 통합한다는 아이디어는 지난 ‘나비지붕집’에서의 탐구의 연장이다. 평범한 박공 조형 보다는 여러 번 접어 얼핏 평지붕처럼 보이게끔 연출하는 조형이 보기에 더 풍요롭고 감각적이라는 생각, 다락이라는 추가 공간을 얻는 것 보다는 경사 지붕 특유의 공간감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더 낮다는 믿음, 그리고 접힌 지붕과 본체 사이의 고창(clerestory)이 빚어내는 현상학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 등이 담겨있다.

사진 : 천경환
중목 지붕구조체 시공 모습. 하우스컬쳐의 김호기 소장님과 중목전문업체 수피아 덕분에 까다로운 공정을 비교적 순탄히 진행할 수 있었다. (클릭!)
사진 : 천경환
드문드문 보이는 중목기둥(일부는 철제로 보강)은 장식이 아닌, 실제로 기능하는 구조체이다.
(클릭!)

‘나비지붕집’ 지붕구조는 경량구조(각형강관)인데 비해, ‘물결지붕집’의 지붕구조는 중목구조이다. 단열층과 구조층을 겹쳐서 지붕 단면 깊이를 대폭 줄일 수 있었고, 겉으로 드러나는 입면을 한결 날렵하게 연출할 수 있었다. 더불어 중목업체의 3D기술지원을 통해 정확한 사양의 부재를 사전 제작, 현장조립할 수 있었다. 또한 중목업체의 기술제안을 통해 나무와 금속보강재를 결합한, 성능과 의장효과를 겸비한 부재를 계획할 수 있었다. 지붕 아래 2층에서는 드문드문 중목구조체들이 보인다. 집의 구성원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순수한 백색 판으로 연출된 추상적인 천정면에 대조되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사진 : 천경환
지붕의 아랫면, 2층의 천정면은 아무런 조명이나 센서류 없이, 순수하게 하얀 면으로 연출되었다. 복도의 조명은 상부의 트랙조명과 하부의 벽등, 두 레이어로 구성,복도에서 방을 침범하는 빛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붕의 조형과 건물 본체의 평면계획, 두 가지 상이한 기하를 고창(clerestory)과 중목구조체가 매개한다.
사진 : 천경환
(클릭!)
사진 : 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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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하게 접힌 천정은 실내 고창을 관통하여 뻗어 나가는데, 각자 흩어져 자신의 방을 점유하는 가족들이 사실은 하나의 지붕을 공유한 공동체임을 암시한다. 집 전체를 묶어내는 하얀 천정면은 밤에는 빛의 얼룩을 담아내는 반사판이 된다. 본체와 지붕(천정) 사이에 끼워진 고창(clerestory)은 두 이질적인 기하체계들의 충돌을 정돈한다.

사진 : 천경환
공사중인 따님방. 각 방마다 각자의 천정윤곽과 고창(clerestory)모양을 갖는다. 그리고 그 것이 그 방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벽지 문양 같은 마감재가 아닌, 공간의 윤곽과 창문의 모양으로 방의 정체성이 규정된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유리고창이 차광이나 차음에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가족 사이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방이 호텔 객실처럼 완전히 밀폐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필요는 과연 언제부터 당연한 조건이었나, 의심한다. 불과 몇 십년 전, 방과 방 사이가 종이 한 장으로 구획되었던 때도 있었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살아야 했던 때도 있었다. 사생활 나누기의 빈 틈에서 가족들이 서로 배려할 만한 기회가 생기고, 각각의 삶이 겹쳐지고 공감될 만한 가능성이 생긴다 생각한다.

사진 : 천경환
고창(clerestory)을 통해 창 너머 보이는 밤하늘과, 반사되어 보이는 실내풍경이 겹쳐보인다. (왠만한 창문들은 커튼으로 가려두기 급급한) 보통의 집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시선을 하늘로 이끌어준다는 점이야말로 고창(clerestory)의 큰 힘이다.
사진 : 천경환
공사중인 아드님방. 눈높이에는 한 사람 몸의 스케일에 맞춘 작은 창만 간신히 뚫려있어서, 얼핏 갑갑하지는 않을지 걱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방으로 시원하게 뚫린 고창(clerestory)이 연출하는 개방감은 압도적이다.
사진 : 윤흥로
서측면. 고창 너머 사생활과 상관 없는 천정 아랫면이 보인다. 넌지시 암시되는 집안 분위기가 바깥 동네를 향한 메시지가 되리라 믿는다.

고창은 또한 집과 바깥 동네를 이어주는 소통의 가능성이다. 눈 높이에서 아무리 커다란 창문을 뚫는다 해도 밖으로부터의 시선을 의식, 대부분의 시간을 커튼 등으로 닫아 두는 것이 보통이다. 아니면 바깥으로는 닫히고, 오직 집 안에 자리한 중정이나 마당을 향해서만 열린 집들도 많다. 그 결과, 신도시 단독주택동네 밤풍경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대체로 어둡고 황량하다. 물결지붕집에서는, 눈 높이의 창문은 방을 점유한 한 명이나 두 명의 신체를 의식, 작은 크기로 뚫려 있다. 하지만 사방의 고창 덕분에 어둡거나 갑갑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리고 밤에는 고창을 통해 실내의 빛이 바깥으로 새나가고, 사생활 노출과 큰 연관 없는 내부의 천정면 일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제 막 태어나 아직 여물지 않은 동네의 풍경에 온기를 더해준다.  

3_계획

아파트를 버리고 단독주택을 선택한다는 큰 결단을 내린 의뢰인을 위해서 건축가로서 제공할 수 있는 궁극의 서비스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목가적인 삶을 거론하며 막연한 향수에 호소하고 싶지는 않다. 다락이니 발코니 같은 서비스면적을 거론하며 생색내지는 않으려 한다.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한데 단독주택이기에 가능한 건축의 가능성, 또는 건축 요소의 새로운 구사 방식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아파트는 집합주택이기에 개체(unit)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다. 그리고 수직으로 반복되어 쌓이기 때문에, 각각의 유닛은 평평한 지붕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붕의 조형과 지붕아래의 공간감을 탐구하는 이유는, 아파트의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독주택만의 가능성이 지붕과 지붕아래 공간감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접힌지붕과 고창’이라는 스타일에 동네를 이루는 단위부품으로서 단독주택의 보편성을 획득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 : 윤홍로
평면 계획하면서는 움직임의 리듬과 시선의 방향을 많이 의식했다. 움직임이 멈추거나 움직임의 방향이 바뀌는 포인트에는 보란듯이 근사한 구도를 만들어, 예사롭지 않은 미장센을 연출하려 했다. 현관문을 열어 오른쪽으로 돌면 보이는 장면. 움직임의 방향이 바뀌어 시선의 방향이 달라지는 곳에는 창문을 정렬, 미장센 연출. 신발 신는 영역, 신발 벗는 영역을 가로지르는 벤치.
사진 : 윤홍로
거꾸로, 바깥으로 나갈 때 마주치는 모습. 바닥에 낮게 깔린 창은, 나가기 전 바깥세상이 지금 당장 어떤지를 미리 짐작하게 해준다.
사진 : 윤홍로
현관전실에서 가족실 방면으로 바라본 장면
사진 : 윤홍로
손님방에서 현관전실을 거쳐 가족실 방면을 바라본 모습. 시선이 길게길게 뻗어나갈 수만 있어도 실내공간이라는 갑갑함을 적지않게 극복할 수 있다. 복도와 문을 정렬하여 ‘시선의 거리’를 최대한 길게 뽑은 결과.
사진 : 윤홍로
2층, 가족실과 결합된 계단을 올라와서 찍은 장면. 역시 복도와 문, 창문을 정렬하여 ‘시선의 거리’를 최대한 길게 뽑은 결과. 접힌 지붕은 고창(clerestory)를 가로질러 크게크게 굽이친다. 그리고 같은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간다는, 한 가족으로서의 의식을 실감하게 해준다.

개요
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 2111-2105
용도 : 단독주택
규모 : 지상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중목구조
건축면적 : 119.9sqm
연면적 : 199.5sqm

관계자
건축가 :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 천경환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 천경환, 박윤선
시공 : 하우스컬쳐 김호기
인테리어 : 디자인컨설팅 아바드존 전진화
구조 : 위너스
중목 컨설팅 : 수피아
기계 및 전기설비 : 대도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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