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광탄구름도서관

지난 5월7일 마감했던 파주시 광탄 도서관 공모전 참여/낙선작, 내용을 정리해서 포스팅합니다.

제출패널

제공된 대지 주변 사진들을 보면서, 황량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광탄도서관신축은 광탄면 일대의 본격적인 개발을 선도/상징하는 움직임이라 판단했고, 그래서 ‘무난하게 잘 지은 동네 도서관’ 이상의 시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의 탄생을 알리는 선언이 되어야 하고,
새롭게 형성될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시도

저층부는 로비를 겸하는 마주침 공간, 다목적홀 등, 성격을 달리하는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집니다. 제각각 다른 재료로 마감된 작은 덩어리들이 나란히 늘어선 모습인데, 2차선의 좁은 전면도로와 주변의 작은 건물들을 의식한 결과입니다.

투시도

그에 비해, 유아열람실, 어린이열람실, 청소년열람실, 종합열람실과 사무실은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 둥실 떠오른 것처럼 연출하였습니다. 잘 지은 동네도서관에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어하는 선망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성당이나 기차역, 지금은 쇼핑몰이 맡고 있는 동네 구심점의 역할을, 도서관이 하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앞으로 마을이 더 커지고 본격적으로 도회화되더라도 위화감 없이, 당당히 랜드마크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요소 분해 엑소노매트릭

배후의 학교식당으로 연결되는 자동차동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 짧은 시간에 많은 이용자들이 드나들게 되는 다목적홀을 저층부에 두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 모든 열람실을 같은 레벨, 같은 공간에 모아야겠다는 의지, 랜드마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등을 종합한 결과, 다소 무리하여 열람실/열람층을 위로 띄우게 되었습니다. 열람실/열람층을 지지하는 얇고 긴 기둥들이, 공공건축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강력한 아이덴티티가 되리라 생각하였습니다.

열람실, 열람층
유아열람실, 어린이열람실, 청소년열람실
종합열람실

유아, 어린이, 청소년, 종합 등 모든 열람실을 한 층, 한 공간에 통합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편의상 정보를 구분하여 계층에 연결시키지만, 지식은 본질적으로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며, 지식은 경계를 가르며 통섭될 때, 비로서 큰 힘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원은 코어와 대지윤곽의 틀에서 최대한의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도출된 모양인데, 원탁, 강강수월래, 새 둥지 등, 공감/약속/생명/운동 등의 상징을 염두에 두기도 했습니다.

코어를 외접하는 통로(지식의 길)은 이용자에게는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지는 지식에 접속하는 체험을, 직원에게는 최적의 관리동선을 제공합니다.

외벽을 따라 내접하며 테이블이 길게 하나로 이어집니다. (one table) 한 곳에 모여, 나란히 앉아, 함께 읽기에 즐겁습니다. 개별적인 독서 체험은 결국 공동체 공동의 성취로 이어집니다.

열람실/열람층 내부 투시도
지하1층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지상2층 평면도
지상3층 평면도
단면도 (2층과 3층 사이 빈 공간에 추후 필요 시 증축서고가 들어섭니다.)
열람실 부분 엑소노매트릭 / 지식의 길
열람실 부분 엑소노매트릭 / 유아 열람실
열람실 부분 엑소노매트릭 / 어린이 열람실
열람실 부분 엑소노매트릭 / 청소년 열람실
열람실 부분 엑소노매트릭 / 종합 열람실
자료검색대 및 길찾기 바닥패턴

결과는 낙선. 의결서와 집계표를 보며, 심사는 충분히 공정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낙선자로서는 아무래도 결과에 맞춰서 제출 작업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감 또는 허세에 가려졌던 이런저런 약점들을 비로소 선명히 보게 됩니다. 짧은 심사평이지만, 왜 이 대안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단 한표도 얻지 못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에 담긴, 제가 믿는 가치를 모두 부정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이유입니다.

도서관은 재미있는 건물입니다. 서고와 열람실의 관계, 공간구성, 책을 읽는다는 행위, 책을 한 곳에 모여 함께 읽는다는 행위의 의미.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상상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당분간은 기회가 되는대로 도전하려 합니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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