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8

사용승인을 앞두고 한창 마감 마무리중인 현장. 며칠 전의 모습입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뒤돌아, 주인침실방면을 바라보는 장면. 집을 대표할 만한 이미지가 될 텐데, 햇볕 효과는 걱정했던 것 만큼 현란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시각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해시계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락거리는 세 자녀분들의 시점으로는 부모님의 캐릭터, 부모님의 인기척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되리라 생각했고, 그래서 무대처럼 보란듯 멋지게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어색해 보입니다. 붙박이 가구가 날개벽까지 꽉 채우게 들어서고, 복도 한켠에 허리높이까지 책장이 들어서야 비로소 완성된 미장센이 됩니다. 기대 반 걱정 반.

따님방과 아드님방으로 연결되는 긴 복도. 유리는 대체로 투명해 보이지만,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불투명한 벽이나 영상을 반사하는 거울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늘어선 유리 고창(clerestory)들은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유리와 거울의 조합처럼 느껴질텐데, 그게 삶의 생생함, 삶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맨 끝의 아드님방. 아이레벨에서는 아껴아껴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창을 뚫는데, 고창이 있기에 전혀 갑갑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열리는 창문은 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고창을 통해서 흘러가는 구름과 변하는 햇볕이 보이고, 고정된 집 안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이는 배나 비행선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저 만의 착각일지도요.

따님방. 인테리어를 맡아주신 전진화실장님의 배색 감각이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벽면색감과 뻐꾸기창은 다소 보수적인데, 천정으로 조성되는 공간의 윤곽은 대담해서, 좋은 대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유리고창이 차광이나 차음에는 불리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족 사이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방이 호텔방처럼, 완전히 밀폐되는 블랙박스가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런 필요는 과연 언제부터 당연한 조건이었나, 의심합니다. 불과 몇십년 전의 일입니다. 방과 방 사이가 종이 한 장으로 구획되었던 적도 있었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살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사생활 나누기의 빈틈에서 가족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기회가 생기고, 가족들 각각의 삶이 겹쳐지고 소통되는 가능성이 생긴다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자아를 강조하는 담론(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어요.)에는 가족산업, 가족전통, 가족공동체를 해체하여 다량의 노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산업혁명 초기의 기획이 깃들여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주인침실. 초록벽 너머 부부욕실과 파우더룸까지 더하면 넉넉한 마스터배드룸존이 됩니다만, 침실만으로는 아드님방과 따님방과 비슷하게, 콤팩트한 스케일입니다.

3 Comments

  1. 물결지붕집에 대한 스토리가 책으로 나와도 재밌을거 같습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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