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써니힐즈

작년 가을, 잠깐 동경에 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켄고구마 선생님의 작업을 찾아갔었습니다.

오모테산도에 놀러간 김에 조금 안으로 들어가, 써니힐즈에 가보았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문득 얼기설기, 어설프게 짜맞춘 바구니 같은 구조물이 보입니다.

교차로 모서리에 위치해있어, 접근 경로가 두 가지 입니다.  다른 골목길에서 접근할 때 보이는 모습.

나무 각재를 얼기설기 묶어 만든 껍데기로 건물 전체를 씌워놓았는데, 확실히 주변의 보통 건물들과 큰 대조가 됩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 널리 공감되고 있는 건축의 이미지 -견고하고 단호하게 경계를 이루는 모습- 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추구한 결과입니다.

각도가 많이 일그러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각목들을 X축, Y축, Z축 세 방향으로 배열하면서 교차점에 정확하게 포개지도록 짜맞춰 만든 것입니다. X축과 Y축, 두 방향의 각재를 포개는 것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각각의 각재에 반 정도씩 흠집을 내어 짜맞추면 되니까요. 두 축에 미리 Z축 방향을 염두에 둔 흠집을 낸 뒤 살짝 포개놓고, 마지막 Z축 방향 각재는 살짝 굴리듯 회전해서 밀어넣으면 세 방향의 각재가 정확하게 교차점을 공유하게 됩니다. 언젠가 보았던 다이어그램을 회상하면서 어설프게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입니다. ㅠㅠ 이런 내용은 열댓개 문장을 빠곰히 읽는 것 보다 서너개 그림을 가볍게 훓어 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편합니다. 아무튼 이런 기법은 켄고구마 선생이 발명한 것은 아니고, 일본 전통 목공예 기법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본인이 그렇게 밝히고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 (본인이 직접 발명한 것 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건축의 이미지 -견고하고 단호하게 경계를 이루는 모습- 는 분명 널리 공감되는 이미지이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이미지는 아닙니다. 돌과 벽돌로 짓는 건물에서 시작되어 철과 유리, 콘크리트로 설명되는 근대건축이 널리 퍼지면서 굳어진 이미지인데요. 목조 건축의 전통을 공유하는 문화권에서는 애매한 경계를 지닌, 부드러운 건축의 이미지 또한 진작부터 공감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지요. 섬세하게 짜맞춘 나무창틀에 얇고 흐믈거리는 종이를 발라서 안팎을 갈라놓는 모습이라든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 규정하기 애매한 깊은 처마와 대청마루 같은 공간의 느낌 같은 것에서 발생하는 이미지가 그렇겠지요.

물론 지금 대도시에서 지어지고 있는 절대 다수의 건물들은 여러 이유로 ‘견고하고 단호한 경계’를 갖게끔 지어지고 있습니다. 근대건축의 저력의 결과인데 이제와서는 그 것이 근대건축의 한계가 됩니다. 근대 건축의 한계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근대 건축이 간과했던 수법(풍토성과 수공예 기법)을 빌려왔다는 데에  묘미가 있고, 바로 그런 점에서 켄고구마 선생님이 참 영리한 분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굵직하게 흘러가는 흐름의 어느 지점에 자신을 존재감있게 자리매김할 줄 아는 능력! 막상 선생님은 이런 맥락을 지적 허영으로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의성어건축/의태어건축’이라는 말랑말랑한 개념으로 상냥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런 면모에서 거듭 존경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건물이 하늘과 만나는 지점에서는 일부러 각재 일부를 삐죽빼죽하게 배열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부드러운 경계를 갖도록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벽면을 반듯하게 바라보면 가지런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시선을 조금만 틀어도 제법 역동적인 모습이 연출됩니다.

세 방향의 각재가 하나의 교차점에서 포개어지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는데, 동시에 수 백 수 천 개의 교차점을 공유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늠이 잘 되질 않네요. 역사와 맥락을 해석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영리함과 더불어, 기술적인 노하우가 다른 건축가는 함부로 따라하기 힘든 스타일의 차별점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은 코르뷔지에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나 미스 스타일의 강철 오피스 만큼 널리 퍼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생산성과 경제성에서 비롯된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모던건축 스타일의 덕목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친환경성을 향한 목소리가 시게루반 스타일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켄고구마 스타일은 보편성을 얻기 위한, 실천을 위한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차별되는 브랜드 구축을 위한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어찌되었든 한계를 확인하고 대안의 가능성을 주장한 것 만으로 충분히 큰 의미가 있겠지요.

바깥에서는 얼핏 막연하고 압도적인 표현으로 비추어졌던 패턴이 건물 안 창문 너머 풍경에서는 작은 조각이 되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표현으로, 귀여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계단실…

건물 안 계단까지 밀려들어온 껍데기 패턴이 자연스럽게 난간 지지대를 겸하는 장면에서는 많이 흐뭇했습니다.

껍대기 패턴은 짜임새 그대로 테이블 지지대로 응용되기도 합니다.

날씨가 화창해서 조각난 햇볕이 내부 공간으로 밀려들어왔더라면 애매한 경계에 담긴 건축가의 의도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닥(천정) 구조체는 껍데기 패턴과 일관된 흐름으로 읽혀, 건물 전체의 완성도를 더해주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울창한 숲을 거니는 듯한 감각이 연출됩니다.

외부의 입체 패턴이 납작하게 평면으로 변형되어 칸막이벽으로 응용된 모습.

한참을 바라보아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동경]히로오

작년 가을, 지인의 초대로 동경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뒤늦게 정리해서 올립니다.

‘히로오’라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낮은 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에 느슨하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산책 겸 동네구경을 했었지요. 서울에서라면, 강남역 부근 역삼동, 국기원 고개 너머 낮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는데, 그 곳과 아주 닮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풍경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요.

몇 가지 재료들이 조합된 모습이 흥미로워 찍은 사진인데,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바깥에 접하는 짜투리 공간을 넉넉하게 비워둔 모습이 더 인상적이네요. 건물 본체 구성 상 빈 공간이 생겼는데, 대지경계선에 맞추어 담 따위를 바투 세워 막지 않아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공간이 골목을 향해 펼쳐진 모습입니다.

박력있는 돌쌓기가 인상적이어서 습관적으로 찍은 사진.

옆집과 내 건물 사이, 좁은 골목같은 빈 틈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짝 열려서 바깥 길에서 훤히 보이는 모습도 나름 재밌었죠.

역시 재료가 흥미로워 습관적으로 찰칵.

땅을 구분하는 담장은 생략, 건물 본체만으로 길과 만나게 하되, 출입문이 고스란히 드러나면 부담스러우니 나무를 심었네요. 대지경계선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두고 펼쳐지는 상황이 은근히 풍요로워보입니다.

벽 색감이 예쁘고, 조명이나 환기구 같은 소품도 예뻐 보여서 찰칵.

대지경계선과 건물본체 사이, 애매하게 남는 공간을 놓치지 않고 나무를 심고, 또 꾸준히 잘 가꾸는 모습.

흔히 보이던 풍경….

건물 출입구 부근 건물 덩어리를 후퇴시켜 여유공간을 만들면 여러모로 좋겠지요. 비나 눈, 햇볕을 잠깐이라도 피할 수 있는 여유가 되기도 하고, 바깥 세상을 향해 드러나는 표정도 너무 각박하지 않고 부드러워지고요. 이런 소박한 표정들이 하나둘 모여서 길의 풍경이 되었을 때, 동네를 거닐면서 느껴지는 기분도 달라지겠지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좀 의외였지요. 자주 드나드는 출입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을 향해서만 열려있는 자투리 공간인데, 나름 열심히 꾸며서 무슨 연극무대의 배경같은 느낌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출입구 부근인데, 시원하게 열어두고 넉넉하고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모습.

기둥과 지붕, 바닥재료의 변화로 느슨하게 드러나는 경계.

바깥을 향해 훤히 열려있는 차고. 거실이나 침실은 문제가 되겠지만, 차고 정도의 공간은 길을 향해 열려도 아주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길에 면한 집의 모든 얼굴이 매끄럽게 닫혀있는 것 보다는 가끔씩 살짝살짝 열려있는 편이 걸어다니면서 느껴지는 길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넉넉하고 부드럽게 연출합니다.

그 와중에 예쁜 자동차가 보여 찰칵.

길을 향해 열린 몇 개의 대문과 나선계단, 그리고 배달오토바이. 이 정도의 제스춰가 골목풍경에 적잖은 활기를 줍니다.

 

 

 

 

[동경]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4

2층까지 내려왔습니다. 아까 1층 로비에서 뚫린 천정 사이로 얼핏 보았던 공간이지요. 역시 바깥에서 암시되었던 지붕 윤곽 그대로의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계단실에 붙어있던 안내판을 다시 보면,

1층과 2층 사이에 부분적으로 천정이 트여서 한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그림으로도 그대로 설명되고 있었네요.

한쪽 벽면은 입체 패턴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기 조화 그릴이 패턴 안에 통합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지그자그로 엇갈리며 배열되는 면 패턴인데, 지역적인, 전통적인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축가의 작업 성향을 비추어, 아마도 이 패턴 또한 어딘가에서 참조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반층 정도 내려가면 크게 뚫린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펼쳐집니다. 입체적인 공간 얼개 덕분에 바깥을 향해 쏟아지는 듯한, 몰입되는 듯한 효과가 납니다.

길 건너 센소지로 통하는 가미나리몽 언저리 거리 풍경이 가득 펼쳐집니다. 기다란 테이블이랑 의자가 넉넉하게 놓여있어서, 창가에 앉아서 창 너머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관광지 답게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멍하니 앉아서 사람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지요. 편히 앉아서 쉴 수 있고 창문 너머 구경거리도 있는 좋은 자리인데, 사람이 없어서 좀 의아했었지요. 설계하면서는 창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이 공간이 붐빌 것이라 기대했었을 텐데, 의도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죽어있었습니다.

올려보았던 구멍을 통해서 내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1층 로비만 해도 사람이 제법 많았어요. 건물 속 전망대나 강의실 등에 가지 않더라도, 안내데스크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많았거든요.

구멍(보이드)를 끼고 내려가는 계단도 넉넉한데, 2층에 넉넉하고 편한 자리가 있음에도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거리를 거닐고 로비의 안내데스크를 이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2층에 재미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든가 봅니다. 우리는 보통, 투명한 유리 안팎으로 시선이 훤하게 통할 것이라 막연히 짐작하기 쉬운데, 빛의 방향이나 안팎의 밝기 차이에 따라서 벽 못지 않게 시선이 막혀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리 자체에 색이 들어가 있거나, 이 건물처럼 창 바깥에 루버를 촘촘하게 세우기라도 한다면, 더더욱 그렇게 되겠지요. 창 너머에 어떤 공간이 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읽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여기인데요. 통유리로 막혀있지 않고 시원하게 뚫려있는 발코니로 연출되었더라면, 발코니에 앉아서 거리구경, 사람구경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도 잘 보였겠지요. ‘저 곳에 저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밖에서부터 잘 읽혔을 것이고,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저기에서 앉아서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저기에 올라가서 거리 구경을 해보자’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보다는 한결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2층도 그렇고, 건물 전체도 그렇고요.

건축가 켄고구마는 단단하고 빈틈없고 완결된 건물이 아닌, 부드럽고 빈틈많고 약한 건물을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디자인 철학이 이 건물에서는 앞서 보았던 구멍난 지붕이라든지, 듬성듬성 배열된 루버 등으로 표현되고 있고, 건물의 공간 구성도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다른 보통의 강한 건물들 보다는 소통의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루버 너머의 유리는 완고하게 불투명해서,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당장의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 점이 단적으로, 2층 공간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재치있고 장소에 잘 들어맞는 좋은 디자인의 건물인데, 와중에 굳이 찾아낸 아쉬움이랄까요.

 


 

3줄요약

1. 작년 10월 말 동경에 갔었을 때, 존경하는 건축가, 켄고구마가 디자인한 아사쿠사관광안내소를 구경했었는데요.

2. 장소와 성격에 잘 들어맞는, 유효한 전략이 돋보이는 건물이었습니다.

3. 오랜만에 좋은 구경했습니다.

 

[동경]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3

계단으로 슬슬 내려옵니다. 아래층 복도에 안내책자를 놓는 작은 책상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찾아보니 건축가의 저서 ‘작은 건축’에서 언급되었던, 그가 예전에 제안했던 폴리고늄(폴리곤+알루미늄) 시스템이네요. 약한 건축, 작은 건축, 의성어 의태어 건축 등으로 일관되게 꾸준히 다듬어진 컨셉의 결과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보았던, 구멍 송송난 지붕과도 닿아있는 이야기이지요. 명쾌하고 정교한 컨셉이 때로는 건물의 요소로, 때로는 건물 안 가구로 변주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공기조화 토출구를 바닥에 놓는데, 재료는 연속적으로 맞추는. 이런 장면은 언제 봐도 참 반갑습니다.

계단실에 붙어있던 층 안내 표식인데,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숫자를 보면, 각진 셰리프를 살짝 붙여서 모던한 와중에 살짝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네요. 아무튼 이 모양 그대로 …

개별 공간의 윤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미러’ 반전을 하면 위의 표식 모양 그대로가 됩니다.) 이 경우는 작은 계단식 강당이었네요.

계단에는 붙어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센터 전체 시설 안내도도 있고, 해당층의 위치와 윤곽을 드러내는 아이콘도 있고, 층수를 표현하는 글자도 있었고요.

계단 참에는 진행방향과 층수의 변화를 알려주는 표식도 있었는데, 글자와 방향막대기(?)가 따로 놀지 않고 같은 스타일로 한 몸처럼 잘 조직되어 있네요. 여기에서도 글자 획의 끝에 살짝 뾰족하게 솟아오른 셰리프가 건물의 맥락에 어울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벽을 음각으로 파서 손스침 겸 조명상자를 만들었는데. 튀어나온 손스침 보다는 공간(계단폭)을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의있게 연출하면, 이동을 위해 할 수 없이 만든, 얼른 지나가면 충분한 공간, 그 이상의 느낌이 생기니, 계단 오르내리는 사람 입장에서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요.

그런데 배선이 훤히 드러나는 모습은 좀 의외였구요.

화장실은 극도로 모던해서 오히려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전통과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억해두었다가 언젠가 써먹고 싶어집니다. 스텐레스 판을 접어서 상판과 세면대를 일체로 만든다든지. 거울을 수도꼭지 공간까지 꽉 채운다든지. 스텐레스 판의 접힌 모서리랑 거울의 위치를 맞추어 거울을 스텐레스랑 같은 톤으로 연출한다든지.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4 로 이어집니다.

[동경]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2

1층으로 들어가면 로비가 나옵니다. 바깥에서 덩어리의 나뉘어짐으로 읽혔던 그대로 내부공간이 구획되었는데, 천정이 트여있어 바깥에서의 두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합쳐지기도 합니다.

일본 고건축 목구조 패턴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벽에 붙어있던 건물 안내판입니다. 명쾌하고 분명한 개념으로 구성되다 보니, 하다못해 안내판 만들기도 참 편하고 좋네요.

승강기를 타고 일단 제일 위로 올라갑니다. 바깥에서도 얼핏 보았는데, 지붕이 여기저기 구멍난 것처럼 연출되어 있었는데요. 이 것은 건축가가 ‘의성어 의태어 건축’에서 밝혔던 개념에 닿아있는 표현이죠. 송송 뚫린 구멍 덕분에 건물과 하늘 사이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하늘을 향해 짓는 건물의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그래서 건물과 하늘 사이의 관계는 두툼해집니다.

승강기에서 내려 옥상 전망대로 나오면,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던 센소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센소지의 목탑이 보이는데, 직관적으로 저 탑과 일대일 대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탑에 올라서 다른 탑을 바라본다.’라는 식의 기분이 듭니다.

송송난 구멍 덕분에 지붕 아래에서의 공간은 화사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연출됩니다. 마침 구멍 하나하나의 크기가 기와 한 장과 비슷한 감각이라, 과거로부터의 연결이 의식되고, 멀리 보이는 센소지와의 대응 또한 의식되는 것 같았습니다.

얇은 나무 요소가 건조하게 반복되는 것은 분명히 일본 고건축의 전통입니다. 독자적으로 진화한 결과, 일본 목구조 건축은 내부에 스페이스프레임 식으로 별도의 구조체를 이룬 채 감추어지고, 겉으로 드러나는 구조체 처럼 보이는 요소들은 그냥 껍데기 장식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령, 이 것은 예전에 닛코에서 보았던 경우인데요. http://jaeminahyo.com/?p=13612 우리나라 고건축이랑 분명히 다릅니다. 훨씬 얇은 부재로, 훨씬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지요. 이 것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체가 아니라 가벼움과 섬세함을 표현하는 장식적 요소라는 것인데요. 지금 보고 있는 옥상 지붕 아래의 나무 요소들이나 앞서 보았던 외부의 벽에 붙어있었던 나무 루버들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런 수법의 연장에서 나온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반복 배열되는 나무 요소들을 강조하기 위해서 진짜 구조를 감싸서 덧붙이는 식으로 표현.

아무튼 구멍을 통해 조각난 빛이 들어와서, 한결 화사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지요. 브레이싱이나 스프링클러같은 요소들이 덕지덕지 겹쳐서 구멍 하나하나가 깔끔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빛이 산산히 조각나는 분위기의 연출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전면의 외부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디딤판은 체커드플레이트로, 챌판은 그냥 민짜 철판으로…. 철망을 지탱하기 위해서 철판계단에 앵글을 덧대었는데, 아무래도 군더더기로 느껴집니다. 옥탑 지붕 아래라든지, 이 외부계단 언저리의 처리는 일본건축답지 않게 다소 어수선했습니다.

내려가는 길. 건물 바깥에서 멀리 보였던 구멍 송송난 지붕과 나무루버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니 높은 외부공간이라는 긴장감이 더해지는 듯 했습니다.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3 으로 이어집니다.

 

 

[동경]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1

작년 10월 말 동경갔었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동경 방문 본래의 목적이 따로 있었고,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유명한 건물 보다 동네, 장소, 골목길 등을 둘러보는 것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되어서, 예전처럼 구경하고픈 유명 건물 목록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빼꼼하게 구경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놓치지 않고 싶은 건물이 있었는데, 켄고구마 선생님이 설계한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입니다. 널리 알려진 건물이지요. 적당히 덩어리를 나눠서 짐짓 무심한 듯 쌓아 올렸는데, 균형이 잘 잡혀있고, 보면 볼 수록 전반적인 조형이 아주 감각적입니다.

적당히 나뉘어진 덩어리들과 유리벽에 덧대여진 두툼한 목재 루버 덕분에 시선의 각도가 달라짐에 따라서 표면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나무 덩어리처럼 보이던 부분이 다른 어느 시점에서는 아주 모던한 유리박스로 읽히는 식으로요.

변하지 않는 완고한 표정으로 서 있는 보통의 다른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표정이 풍부한 만큼 주변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주고 받는 것이 많은) 것이고,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겠지요.

널리 알려진대로 이 건물은 적당히 나뉘어진 여러개의 덩어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덩어리는 제각각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일부는 (내부 용도에 맞추어) 박공이나 경사지붕의 윤곽을 띄고 있습니다. 박공지붕의 집을 쌓아올린 듯한 모습인데요.

< 구마모토 성의 천수각 http://jaeminahyo.com/?p=11203 >

현대건축으로서는 분명 참신한 디자인이지만, 사실 이런 이미지는 낯선 것이 아닙니다. 일본은 목구조로 고층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전통(?)이 있습니다. 특히 천수각을 보면 경사지붕의 집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하나의 탑 같은 건물을 만들어 낸 듯한 모습이지요. 건축가는 분명히 이런 전통의 흐름을 의식했을 것입니다.

아사쿠사관광안내소는 문자 그대로 아사쿠사라는 동네에 자리잡은 관광안내소인데요. 아사쿠사는 동경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센소지라는 절이 있는 동네입니다. 사진의 왼쪽에 센소지의 문 (카미나리몬)이 보이고요. 그 문의 바로 건너편, 사진의 오른쪽에 아사쿠사관광안내소가 보입니다.

아사쿠사관광안내소의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면 센소지의 전체 모습이 훤히 보입니다. 카미나리몬으로부터 센소지 대웅전(?)로 이어지는 길에는 각종 기념품이나 군것질거리를 파는 오래된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동경에서 손 꼽히는 관광명소이지요.

센소지의 목탑도 보이는데, 역시 지붕이 켜켜이 쌓이는 형식이지요. 카미나리몬에서 센소지로 이어지는 기다란 길을 수직으로 꺾어 올린 이미지라든지, 지붕이 겹겹이 쌓여 올려진 센소지의 목탑이나 천수각의 이미지 등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됩니다.

건물로 다가가는 길. 어떤 각도에서는 그냥 모던한 유리상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다른 각도에서는 나무 루버가 겹쳐지면서 나무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역시 고건축의 이미지를 염두에 둔 연출이겠지요.

층마다 박공지붕의 윤곽을 가지는 분리된 덩어리로 연출하느라, 아래층의 지붕 윗부분과 윗층의 바닥 아래 사이에 가끔씩 빈 틈이 생깁니다. 유리도, 나무루버도아닌 알루미늄 루버로 채웠는데, 이게 그냥 모양만이 아니라, 실제 공조에 관련된 급배기구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세운 개념을 끈기있게 밀어붙이다 보니, 디자인의 방해로 여겨지기 쉬운 설비 관련 요소들까지 전체 디자인의 영역 안으로 무난하게 흡수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법은 기계적인 이미지를 연출하여, 건물 전체의 디자인이 단지 과거 목구조 건축의 이미지를 응용한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두 발걸음 더 나아가게끔 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재료로 얼핏 느슨한 듯 보이지만 나름 탄탄한 구성을 하고 있기에, 변화가 많고 볼 거리가 많으면서도, 그리 난잡하거나 어지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유서깊은 동네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을 정도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가까이에서 올려보니 배열된 루버의 패턴이 읽히는데, 간격이나 모양에서 약간의 변주가 확인됩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진작부터 살펴본 건물인데, 루버가 이렇게까지 큼지막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장면에서는 가벼운 루버라기 보다는 묵직한 열주의 이미지네요.

아무튼 볼거리가 참 많은….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2 로 이어집니다.

 

 

 

 

[동경]외부계단

작년 10월 말, 동경에 잠시 머물렀을 때 찍었던 사진들 정리해서 올립니다. 동네 거리 풍경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깥에서 2층이나 3층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외부 계단이 많이 보이더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관련된 사진들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처음부터 작심하고 찍은 게 아니라서 장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메구로에서 에비수로 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 작은 아파트의 모서리인데 2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계단이 보입니다. 대부분의 발코니들이 실내공간으로 편입되지 않은 채로, 옥외 공간인 그대로 남아있는데, 그 것이 거리 풍경, 도시 경관에 끼치는 영향이 큽니다. 건물과 거리 사이의 경계가 두툼해지고, 상호작용의 개연성은 높아집니다. 도시가 도시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길이 입체가 되어 건물로 이어지는 옥외계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카메구로. 늘어선 벚나무로 유명한 그 강변에 있던 건물입니다. 아무래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본체와 사이를 두고 가벽을 세우고, 가벽 안쪽에 길에서부터 이어지는 외부계단을 두르는 것은, 9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서, 당시 몇몇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 시작되어 학생들도 곧잘 따라하던 수법입니다. 안도다다오로 대표되는 건축가들이 7,80년대부터 하던 작업인데,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 사진 이후로는 하라주쿠 뒷골목에서 찍은 것들인데요. 노출콘크리트로 면 요소를 만들고 그 것들을 접는다든지 교차하든지 하는 식으로 조형유희를 벌이는 것 또한 오래 전 한창 유행했던… 조형적인 완성도에 앞서, 입체적인 상호작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그다지 상황에 맞는 디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듦새나 상황을 놓고 보면,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2층을 지나 3층까지 연결되는 모습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저 계단은 건물의 일부라기 보다는 길에 속하는 공공의 공간이 되어, 그야말로 정말로 ‘길의 연장’이 됩니다. 움직임은 겹쳐지고 밀도는 높아지고, 시선은 입체로 엇갈리게 됩니다. 상호작용의 개연성, 해프닝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때마침 계단의 정점에서 검은 옷 입은 사람이 길을 내려보고 있네요. 무슨 말이라도 걸어올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이었던 발코니의 일부를 허물어서 외부계단과 발코니를 겸한 외부복도로 만들었네요. 조용했던 동네가 활성화되고 집이었던 곳이 하나둘씩 가게로 바뀌면서 없었던 외부계단을 덧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2층을 지나 3층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길이 수직으로 연장될 때의 물리적, 또는 심리적 한계는 3층 정도인가 봅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의 2층이나 3층 쯤의 외부공간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으로, 길 전체의 풍경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음… 외부계단이 의도대로 활성화되느냐의 여부는 심리적, 물리적 한계로써의 높이라는 요인도 있겠고, 계단으로 이어지는 곳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계단과 접하는 건물의 마감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라는 요인도 있겠지요. 건물 안의 상황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에 일부는 문을 겸해서 활짝 열리는 식이라면 길에 직접 접하는 1층과 다를 바가 없겠고, 그만큼 외부계단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계단이나 난간의 디자인도 깔끔하고 딱 떨어지게 만드는 것 보다는 애초의 의도가 아니었음을 솔직히 보여줄 수 있도록, ‘만만해 보이게’, 뭔가 빈틈이 있는 것처럼 ‘덜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눈길도 끌고 사람 발길도 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것은 나중에 임기응변식으로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든 외부계단인 것 같습니다. 유인하고자 하는 흐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 곡선이 되었네요. 역시 계단 주변의 마감을 시원한 통유리로 만들어서, 안의 상황이 잘 보이고, 그게 미끼가 됩니다.

계단 부근의 마감을 폐쇄적으로 연출하면 뭔가 비밀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듯 올라가기에 만만치 않은.

외부계단과 계단난간이 건물 디자인을 지배하게 된 경우입니다.

넓은 발코니랑 결합되니 한층 여유로운 구성이 되네요.

 

[동경]단델리온초콜릿

작년 10월 말, 동경에 갔었을 때 찍은 사진들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사쿠사 근처 ‘쿠라마에’라는 동네, (http://jaeminahyo.com/?p=22168) 근래 생긴 초콜릿가게에 갔었습니다.

문 옆에 붙어있던 가게 이름… 단델리온(dandelion)의 뜻은 ‘민들레’라고 하네요.

누더기처럼 기워진 테라죠 바닥. 오래된 동네에 자리잡은, 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던 건물임을 알려줍니다.

다양한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 같은 주방이 주된 용도이고, 카페는 공장에 곁들여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도 이 가게가 자리잡은 ‘쿠라마에’라는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고 땅값도 비싼 동네였다면 이렇게 가게를 꾸미기 힘들었겠지요. ‘쇠락해가는 동네이기에 비교적 싼 땅값’, 그리고 ‘공장이나 창고로 사용되었던 커다란 공간’이기에 가능한 공간구성입니다. 이 가게 다음에 찾아갔던 블루보틀 커피도 비슷한 형식이었습니다. 커피 원두 창고와 공장, 그리고 카페를 겸한 공간….. 아무튼, 묵직한 느낌의 콘크리트 카운터가 인상적이네요. 천정 구석에 구멍이 보이는데, 위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현장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가게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각종 소품들도 볼만했는데, 정말로 재밌던 것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 구경이었습니다.

긴장한 표정의 사람들이 날렵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모습.

공장 한 켠에는 유리벽으로 나뉘어진 공간이 있었는데, 아마도 카카오를 분쇄하는 곳이었나 봅니다. 미세한 가루가 날리나 보네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입니다.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 이런 사람들 앞에서 저는 한 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카운터 근처에는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데, 이런 구성은 눈여겨볼 만 합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상체만 테이블을 향해서 살짝 돌려서, 간단히 먹거나 마시는 상황이 연상됩니다. 간단한 구성 만큼이나 오가는 대화도 경쾌할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하는 것 처럼 정면으로 마주 앉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어색함이 덜하겠지요. 무릎을 테이블 밑으로 접어 넣지 않아도 되니 몸을 숙여 앉기에도 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에도 부담 없겠지요. 오랫동안 퍼질러 앉아 있기에는 불편할 것인데, 그러면 회전율이 높아 지겠지요.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좋네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시작되는 한 단 정도는 널찍하게 만드는 이런 구성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계단 영역을 넉넉하게 나누어, 다니기에도 편하고, 그냥 보기에도 마음이 편합니다.

계단 난간에는 두툼한 널판을 붙였는데, 앞서 보았던 간이 테이블과 의자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것 같습니다. 아이고, 앵글과 평철로 만든 난간이 손스침과 결합되는 장면도 인상적이네요. 묘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공장이 지배적이었던 1층과는 달리, 2층은 넉넉한 카페 느낌입니다.

건물의 이력,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

마시는 초콜릿, 씹어먹는 초콜릿, 초콜릿 쿠키 등, 구성이 다양하고요. 마시는 초콜릿만 해도 종류가 여럿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에도 이런 컨셉의 초콜릿집 여기저기 곧잘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대규모 공장을 겸한 곳은 아마도 아직….

2층도 구석 한 켠에는 유리로 나뉘어진 방이 있었는데, 여차하면 방을 빌려서 세미나라도 할 수 있겠습니다.

방 가운데에는 큰 테이블이 있었는데,

테이블 가운데는 유리를 통해서 아래, 초콜릿 공장을 내려볼 수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까 카운터 사진에서 설명했던.

[동경]쿠라마에

작년 10월 말, 클라이언트 뵈러 동경에 잠깐 갔었을 때의 일을 이제야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사쿠사 관광안내소를 둘러보고, 근처 ‘쿠라마에’라는 동네에 갔었습니다. ‘쿠라마에’는 우리말로 풀자면 ‘창고 앞’이 되겠는데, 아마도 예전에 큰 창고가 있었나 봅니다. 작은 공장이나 회사들이 모여있는 오래된 동네로, 서울로 치자면 을지로 정도의 성격인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작고 예쁜 가게들이 하나둘 씩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도 을지로와 닮았네요.

화사한 색감의 보도블럭. 이제와 생각해보니 낡고 칙칙한 동네 분위기를 의식한 결과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칙칙하고 낡은,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었는데요.

넓은 유리창 너머에 상자가 쌓여있는 것을 보니 창고나 공장인 것 같습니다. 1층은 주차장이고 3,4,5층은 넓은 유리로 되어 있는데, 2층은 닫힌 표정이네요. 층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황두진 소장님이 말씀하신 ‘무지개떡 건축’인가 봅니다. 2층 벽과 3층 바닥 사이에 난 틈이 그 혐의를 더 짙게하고 있네요.

2층 상부, 3층의 발코니 난간을 박공 모양으로 표현해서, 1,2층이 상부와는 완전히 다른 기능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역시 ‘무지개떡 건축’입니다.

벽 색깔로 눈길을 끌었던 작은 건물입니다. 그리 정교하게 디자인된 건물은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정감이 갑니다.

지나간 유행의 타일 마감과 촌스러운 간판.

1층은 주차장이랑 가게, 2층은 (폐쇄적인 표정으로 보아) 집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주차장 폭이 저 정도만 되어도 가로의 흐름이 무난히 이어집니다.

그냥 평범한 건물들이고 딱히 디자인 잘 된 것도 아닌데, 사진을 찍어서 다듬고 새삼스럽게 바라보면 의외로 몰입하게 됩니다. 지붕 아래 작은 환기창, 간판을 겸한 발코니 난간, 간판 글자, 숨은 듯 자리잡은 편지통 등등, 작은 아이템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깃들어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늘어선 이런 상황의 이런 건물에서는 박공지붕이 펼치는 주장 (옆건물과는 엄연히 다른 독립된 자아로서, 가로풍경을 이루는 당당한 구성원이다!) 이 크게 와닿습니다.

구경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재료의 이런 연출 또한 정겹게 느껴집니다. 골판은 그림자를 부드럽게 흡수하고 퍼뜨리네요. 빗물이나 녹물의 때를 무난하게 품어주기도 하고요. 역시 새삼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장면.

우리나라로 치면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쯤 되는 것 같은. 층이 바뀌면서 창문 패턴이 뜬금없이 바뀌는 것을 보니, 내부 공간 구성 또한 드라마틱할 것 같습니다. 창턱과 차양을 내밀어서 요철을 만든 것도 흥미롭고요. 좀 더 구석구석 자세히 사진을 찍어놓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됩니다.

역시 새삼스럽게 몰입하게 하는 건물. 우글거리는 골판의 질감이 경쾌하고, 드리워진 그림자는 부드럽고요. 코너의 묵직한 기둥을 가볍게 감싸는 붉은 난간은 나름 ‘복합적’으로 보입니다. 피봇 방식으로 열리는 창문을 보면서는, 기성품 복합창호를 당연한 듯 쓰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많았다는 (건축가로서의) 반성을 하게 됩니다.

차양 부근으로 튕겨지며 번져가는 햇볕을 보는 재미. 어둠의 경계에 걸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창살을 보는 재미. 그런데 내부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이런 창문 패턴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차양을 이루는 접힘 하나하나, 녹슨 창턱 구석, 가로 세로 창살을 붙잡는 매듭 하나하나 마다 각각의 영혼이 깃들여있을 것만 같은.

 

[동경]2017길바닥

작년 10월 말, 건축주께 진행 보고드릴 겸, 마침 열리고 있던 몇 개의 건축전시회 구경도 할 겸, 동경에 갔었는데요.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해서 오랜만에 올립니다. 하드에 쌓아놓고 잊어버리느니, 소박하게라도 정리해서 포스팅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지요. 동경에는 볼만한 건물들이 많지만, 못지 않게 평범한 동네 풍경이나 길바닥 풍경도 재밌더라구요. 예전에 한창 포스팅 열심히 했을 때 동경 길바닥 풍경을 다루었었는데, 벌써 옛날 일이 되었네요. 그 때에는 주로 정교하고 깔끔한 면모에 초점을 맞추었었지요. 이번에는 그 때 다루지 않았던 내용 위주로 정리하려구요.

산이 거의 없고 대부분 평지이지만, 그래도 곳곳에 작은 언덕이 있고 오르막내리막도 많습니다. 경사길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지점, 또는 입구 언저리에는 이런 것이 있더라고요. 자전거 타고 내려올 때 반드시 감속하게끔 말이죠.

얇은 볼라드를 연달아 붙여 벽처럼 세우고, 그렇게 세운 벽을 엇갈리게 놓아서 작은 미로를 만들었는데요. 이 때 선명한 노랑색의 점자블록은 길이 휘어져있음을 알려주는 사이니지(signage)로써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아주 요긴하겠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감속 정도가 아니라 자전거 통행 자체가 많이 어려울 지경이네요. 이런 아이템의 디자인은 얼마나 거부감 없이 연출하느냐가 관건인 듯.

황거 주변을 지나가다가, 바닥이 예뻐서…

굵직하게 떼어낸 후 혼드마감을 한 듯. 표면과 더불어 마구리의 경계도 우둘두둘하고, 더불어서 줄눈을 꽉 채우지 않아서 입체감이 납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것 같죠.

황거에서 도쿄역으로 가는 길에. 역시 굵직하게 떼어내서 깊은 그림자가 지고,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연출.

센소지 부근의 낡고 조용한 동네에서. 동네 이름은 까먹었어요. 평범한 규격의 보도블럭을 사용, 흔한 패턴으로 배열한 것인데, 낮은 채도의 비슷한 계열 색상으로 코디하는 것 만으로 사뭇 다른 인상을 줍니다.

역시 특별한 패턴이나 디자인개념을 넣지 않고 배색만 고급스럽게 해도 느낌이 많이 다른 경우입니다.

길과 문턱에 높이차이가 있을 때, 철판 따위로 작은 경사로를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서울에서도 곧잘 보았던 것인데,

기성품도 있더라고요. 레고블럭처럼 짜맞추어 길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놓이는 부분이 빗물 배수로를 겸할 때가 많을테니 물이 빠지거나 지나갈 구멍이 필요합니다.

종류가 여러가지였는데,

역시 모서리에는 물 지나가는 구멍이…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짜투리 공간을 잘 활용하더라는 것과, 빗물배수로 턱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배수로에 맞추어 빗물맨홀 또한 맞춤식으로… 턱높이가 낮으니

아자부 방면으로, 아침에 빵먹으러 나왔다가 찍은 사진인데, 길쭉한 비례감이 즐겁습니다.

좁은 폭에 맞추어 빗물을 모으는 드레인을 설치한 모습.

폭이 좁으니 블럭을 부분적으로 들어내고 식재를 하거나 자갈을 채워서,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기에 좋네요.

근처 건물 지하로 통하는 입구인데, 계단 손잡이가 인상적이어서. 손스침을 계단 기울기에 곧이 곧대로 평행하게 놓지 않고 살짝 무지개모양처럼 부풀렸는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속도를 덧붙이는 듯한 느낌이 날 것 같습니다. 느슨하게 기울어진 난간 기둥들도 즐거워 보이고요. 난간 손스침 끝을 접었는데, 가방끈이 걸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겠네요. 손스침 끝이 난간기둥에서 멈추었다면 경쾌하게 흘러가는 기분이 나지 않겠지요.

오모테산도에서 찍은 사진. 플랜트 경계와 벤치를 겸한, 조각같은 거리 가구. 보고 또 봐도 반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