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써니힐즈

작년 가을, 잠깐 동경에 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켄고구마 선생님의 작업을 찾아갔었습니다.

오모테산도에 놀러간 김에 조금 안으로 들어가, 써니힐즈에 가보았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문득 얼기설기, 어설프게 짜맞춘 바구니 같은 구조물이 보입니다.

교차로 모서리에 위치해있어, 접근 경로가 두 가지 입니다.  다른 골목길에서 접근할 때 보이는 모습.

나무 각재를 얼기설기 묶어 만든 껍데기로 건물 전체를 씌워놓았는데, 확실히 주변의 보통 건물들과 큰 대조가 됩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 널리 공감되고 있는 건축의 이미지 -견고하고 단호하게 경계를 이루는 모습- 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추구한 결과입니다.

각도가 많이 일그러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각목들을 X축, Y축, Z축 세 방향으로 배열하면서 교차점에 정확하게 포개지도록 짜맞춰 만든 것입니다. X축과 Y축, 두 방향의 각재를 포개는 것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각각의 각재에 반 정도씩 흠집을 내어 짜맞추면 되니까요. 두 축에 미리 Z축 방향을 염두에 둔 흠집을 낸 뒤 살짝 포개놓고, 마지막 Z축 방향 각재는 살짝 굴리듯 회전해서 밀어넣으면 세 방향의 각재가 정확하게 교차점을 공유하게 됩니다. 언젠가 보았던 다이어그램을 회상하면서 어설프게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입니다. ㅠㅠ 이런 내용은 열댓개 문장을 빠곰히 읽는 것 보다 서너개 그림을 가볍게 훓어 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편합니다. 아무튼 이런 기법은 켄고구마 선생이 발명한 것은 아니고, 일본 전통 목공예 기법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본인이 그렇게 밝히고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 (본인이 직접 발명한 것 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건축의 이미지 -견고하고 단호하게 경계를 이루는 모습- 는 분명 널리 공감되는 이미지이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이미지는 아닙니다. 돌과 벽돌로 짓는 건물에서 시작되어 철과 유리, 콘크리트로 설명되는 근대건축이 널리 퍼지면서 굳어진 이미지인데요. 목조 건축의 전통을 공유하는 문화권에서는 애매한 경계를 지닌, 부드러운 건축의 이미지 또한 진작부터 공감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지요. 섬세하게 짜맞춘 나무창틀에 얇고 흐믈거리는 종이를 발라서 안팎을 갈라놓는 모습이라든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 규정하기 애매한 깊은 처마와 대청마루 같은 공간의 느낌 같은 것에서 발생하는 이미지가 그렇겠지요.

물론 지금 대도시에서 지어지고 있는 절대 다수의 건물들은 여러 이유로 ‘견고하고 단호한 경계’를 갖게끔 지어지고 있습니다. 근대건축의 저력의 결과인데 이제와서는 그 것이 근대건축의 한계가 됩니다. 근대 건축의 한계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근대 건축이 간과했던 수법(풍토성과 수공예 기법)을 빌려왔다는 데에  묘미가 있고, 바로 그런 점에서 켄고구마 선생님이 참 영리한 분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굵직하게 흘러가는 흐름의 어느 지점에 자신을 존재감있게 자리매김할 줄 아는 능력! 막상 선생님은 이런 맥락을 지적 허영으로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의성어건축/의태어건축’이라는 말랑말랑한 개념으로 상냥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런 면모에서 거듭 존경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건물이 하늘과 만나는 지점에서는 일부러 각재 일부를 삐죽빼죽하게 배열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부드러운 경계를 갖도록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벽면을 반듯하게 바라보면 가지런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시선을 조금만 틀어도 제법 역동적인 모습이 연출됩니다.

세 방향의 각재가 하나의 교차점에서 포개어지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는데, 동시에 수 백 수 천 개의 교차점을 공유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늠이 잘 되질 않네요. 역사와 맥락을 해석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영리함과 더불어, 기술적인 노하우가 다른 건축가는 함부로 따라하기 힘든 스타일의 차별점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은 코르뷔지에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나 미스 스타일의 강철 오피스 만큼 널리 퍼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생산성과 경제성에서 비롯된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모던건축 스타일의 덕목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친환경성을 향한 목소리가 시게루반 스타일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켄고구마 스타일은 보편성을 얻기 위한, 실천을 위한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차별되는 브랜드 구축을 위한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어찌되었든 한계를 확인하고 대안의 가능성을 주장한 것 만으로 충분히 큰 의미가 있겠지요.

바깥에서는 얼핏 막연하고 압도적인 표현으로 비추어졌던 패턴이 건물 안 창문 너머 풍경에서는 작은 조각이 되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표현으로, 귀여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계단실…

건물 안 계단까지 밀려들어온 껍데기 패턴이 자연스럽게 난간 지지대를 겸하는 장면에서는 많이 흐뭇했습니다.

껍대기 패턴은 짜임새 그대로 테이블 지지대로 응용되기도 합니다.

날씨가 화창해서 조각난 햇볕이 내부 공간으로 밀려들어왔더라면 애매한 경계에 담긴 건축가의 의도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닥(천정) 구조체는 껍데기 패턴과 일관된 흐름으로 읽혀, 건물 전체의 완성도를 더해주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울창한 숲을 거니는 듯한 감각이 연출됩니다.

외부의 입체 패턴이 납작하게 평면으로 변형되어 칸막이벽으로 응용된 모습.

한참을 바라보아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동경]히로오

작년 가을, 지인의 초대로 동경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뒤늦게 정리해서 올립니다.

‘히로오’라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낮은 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에 느슨하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산책 겸 동네구경을 했었지요. 서울에서라면, 강남역 부근 역삼동, 국기원 고개 너머 낮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는데, 그 곳과 아주 닮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풍경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요.

몇 가지 재료들이 조합된 모습이 흥미로워 찍은 사진인데,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바깥에 접하는 짜투리 공간을 넉넉하게 비워둔 모습이 더 인상적이네요. 건물 본체 구성 상 빈 공간이 생겼는데, 대지경계선에 맞추어 담 따위를 바투 세워 막지 않아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공간이 골목을 향해 펼쳐진 모습입니다.

박력있는 돌쌓기가 인상적이어서 습관적으로 찍은 사진.

옆집과 내 건물 사이, 좁은 골목같은 빈 틈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짝 열려서 바깥 길에서 훤히 보이는 모습도 나름 재밌었죠.

역시 재료가 흥미로워 습관적으로 찰칵.

땅을 구분하는 담장은 생략, 건물 본체만으로 길과 만나게 하되, 출입문이 고스란히 드러나면 부담스러우니 나무를 심었네요. 대지경계선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두고 펼쳐지는 상황이 은근히 풍요로워보입니다.

벽 색감이 예쁘고, 조명이나 환기구 같은 소품도 예뻐 보여서 찰칵.

대지경계선과 건물본체 사이, 애매하게 남는 공간을 놓치지 않고 나무를 심고, 또 꾸준히 잘 가꾸는 모습.

흔히 보이던 풍경….

건물 출입구 부근 건물 덩어리를 후퇴시켜 여유공간을 만들면 여러모로 좋겠지요. 비나 눈, 햇볕을 잠깐이라도 피할 수 있는 여유가 되기도 하고, 바깥 세상을 향해 드러나는 표정도 너무 각박하지 않고 부드러워지고요. 이런 소박한 표정들이 하나둘 모여서 길의 풍경이 되었을 때, 동네를 거닐면서 느껴지는 기분도 달라지겠지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좀 의외였지요. 자주 드나드는 출입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을 향해서만 열려있는 자투리 공간인데, 나름 열심히 꾸며서 무슨 연극무대의 배경같은 느낌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출입구 부근인데, 시원하게 열어두고 넉넉하고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모습.

기둥과 지붕, 바닥재료의 변화로 느슨하게 드러나는 경계.

바깥을 향해 훤히 열려있는 차고. 거실이나 침실은 문제가 되겠지만, 차고 정도의 공간은 길을 향해 열려도 아주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길에 면한 집의 모든 얼굴이 매끄럽게 닫혀있는 것 보다는 가끔씩 살짝살짝 열려있는 편이 걸어다니면서 느껴지는 길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넉넉하고 부드럽게 연출합니다.

그 와중에 예쁜 자동차가 보여 찰칵.

길을 향해 열린 몇 개의 대문과 나선계단, 그리고 배달오토바이. 이 정도의 제스춰가 골목풍경에 적잖은 활기를 줍니다.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6

지난포스팅(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5)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굵직한 루버로 드문드문 채워진 투과성있는 껍데기는 앞서 말했듯 또렷한 윤곽의 완고한 표정을 지닌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좋은 대비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의 키 큰 나무들과도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가능한 많은 빈틈을 지닌, 그리고 약간의 무작위성이 가미된 느슨한 패턴이 자연에 조금이라도 더 비슷한 인상을 주겠지요.

앞서 언급했듯, 건물 1층 바깥은 열주가 늘어선 필로티로 되어 있어서 표피의 루버와는 다른 방식으로 두툼한 경계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필로티 바닥 (갤러리?)은 높이 변화 없이 평평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건물을 둘러싼 땅은 끊임 없이 꿈틀거리고 있기에, 땅과 만나는 부분은 계단으로 보정되어야 합니다. 바로 앞선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 뒤켠은 높이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큰 길에 면한 건물 앞면은 높이 차이가 제법 나게 됩니다.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단으로 건물 전면을 길게 채웠는데, 결과적으로 다소 엄숙한 표정을 띄게 되었습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길게 늘어선 계단 구석에 문득 묵직한 통돌이 놓이고, 이 건물이 이 곳에 이런 식으로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새겨집니다.

100미터에 육박하는 건물 전면을 계단으로 채우느라, 휠체어 접근 경로는 옆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한 표지판을 뜬금없이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여유의 공간이라면 얼마든지 계단 속에 경사로를 넣을 수도 있었겠는데, 굳이 계단으로 꽉 채워버린 모습에서 건축가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의  집착이 있었기에 건물 구석구석, 이 정도의 완성도를 성취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자서 로비 언저리를 둘러 본 몇 주 뒤, 내부자(?)의 도움을 받아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건물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진들을 통해서 짐작했던 풍경들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기대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로비에서 올려보았던 네모난 천창이 5층 구내식당 중정의 수공간 바닥이었네요. 바닥이 아닌 바닥과 천정을 겸하는 요소이자 공간과 공간을 가르는 경계이기에, 이 수공간은 상상이 멈추는 목적지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차원의 다른 상상으로 도약하는 의식의 시작이 됩니다. 빛나는 연못 바닥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은 이 곳에 다다르기 얼마 전에 겪었던 로비의 풍경을 알게 모르게 의식할 것이고, 그러한 의식의 흐름은 건물 전반의 입체적인 구성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 의식과 이해의 도약이 회사의 실적으로도 이어지게 되기를 기대해볼만 합니다.^^ 높은 천정의 공간이 두뇌활성에 도움을 준다는 뇌과학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니, 그냥 막연한 기대는 아닐 것입니다.

10센티 미터의 물은 바람을 비롯한 각종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표면이 아닌 덩어리로서의 표정을 드러냅니다. 그만큼 바로 아래 로비 공간은 생기를 띄고 꿈틀거리겠지요.


3줄요약

  1. 요즈음 완공된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에 구경갔었습니다.
  2. 역시 대단했고,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습니다.
  3. 아모레퍼시픽에 취직해서 매일매일 이 건물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5

첫인상을 심어주는 중요한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건물 전체의 일부분일 뿐인데 볼거리와 고민하게 하는 장면들이 참 많기도 많더라고요. 멀리온과 바닥 돌 나뉨의 선을 맞추는 것은 사실 설계를 하면서는 기본이라 생각하는 것이고, 건물 관찰하면서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게되는 장면인데…

멀리온과 바닥 돌나뉨의 선을 맞춘다면, 당연히 유리난간의 나뉨과도 맞춰야 할텐데요. 무심코 넘어갔던 장면입니다만. 나중에 건설 진행에 관련되었던 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더라구요.

아트리움으로 올라가기 전, 지하 식당가에서 찍은 사진인데,

에스컬레이터 하부, 기둥과 기둥의 사이 같은 애매한 공간에 플랜트박스를 설치하는데, 별도의 화분 등을 가져다 놓지 않고, 이런 상황, 이런 아이템까지 건축설계의 영역으로 끌어들어와 전반적인 디자인의 톤에 맞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1층에서 바깥으로 나오면, 널리 알려진대로 건물 외벽면 경계를 따라서 회랑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자전거 거치대 같은 아이템도 기능과 상황과 건물 전체의 디자인 톤에 호응하여 맞춤으로 디자인했더라고요. 정사각형과 정육면체 윤곽의 비례는 당연히 건물 전체, 그리고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로비 공간의 윤곽을 염두에 둔 것이었겠지요. 두툼하고 묵직한 철의 물질감 또한 노출콘크리트와 통하는 느낌입니다. 기능적으로도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회랑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다니면서 때로는 바깥으로 나와서 바깥 모습을 찍었는데, 때로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패브릭 같은 이미지로 읽히기도 하고,

위치와 시점에 따라서는 차갑고 추상적인 기계덩어리 같은 이미지로 읽히기도 하더라고요.

세로 방향으로는 얼핏 대나무처럼도 보이고, 단면으로는 비행기 날개를 연상케하는 굵직굵직한 루버가, 가로방향으로는 점검통로와 루버 지지를 겸한 가로 루버가 놓여있는데요. 오피스건물에서의 근무 경험을 돌아보면, 이미지 연출을 위한 사치 만은 아닐 거라 짐작합니다.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햇볕(직접광이든 간접광이든)이 들어와서 모니터 읽기가 힘들어지는 일이 제법 있었거든요.

물론 건물의 경계를 두툼하게 만들어서 다소 부드럽고 폭신해 보이게 하는 역할이 큽니다. 유리와 금속패널로 명쾌하고 폐쇄적인 경계를 만든 주변의 옛 오피스건물과 좋은 대비를 보여주고 있네요. ‘의성어 의태어 건축’으로 대표되는 켄고구마 선생님의 문제의식과도 통하는 이야기겠지요. 문화적 배경은 달라도 현대 건축의 한계와 문제에 대한 진단은 고만고만하게 공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지대 겸 점검통로 역할을 하는 가로방향의 루버가 굵직굵직한 세로방향의 루버에 섬세한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연출되기도 하고요.

가로방향의 루버에 세로방향 루버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도 역시 기대 이상의 효과가 연출되고,

그림자가 회랑에 드리워질 때는 회랑의 경계가 놀랄 정도로 풍요로와지기도 하고,

회랑바닥과 열주에 섬세한 그림자 패턴이 생기는 것을 정신없이 바라보다 문득, 건물 안 사무실의 풍경은 얼마나 근사할지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4

조각난 햇볕에 실려 들어온 잔물결 그림자와 더불어, 거대한 아트리움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던 것은 아트리움을 에워싸고 있는 발코니 같은 공간과, 그 곳에 놓인 가구들과, 발코니 안쪽 끝 유리 너머 보이는 또 다른 공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유리 너머 붉은 커텐이라든지 (흡음을 위해서 강당에 설치한 것인데, 유리벽으로 일관되게 마감되면서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변적인 커텐으로 드러낸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유리너머 진열대를 밝히는 간접조명들이 각각의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암시하고 있었고, 단조로운 톤으로 꽉 짜인 공간이 줄 지도 모를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었습니다.

점점이 놓인 가구들이 멀리서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구요. 정식 오픈 전이라 텅 비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면 더 활기가 돌겠지요.

오돌도돌한 화강석 바닥에 아주 잘 어울려보이는 가구.

화강석 바닥과 노출콘크리트는 비슷하게 연한 회색톤이라, 사람들과 가구들을 돋보이게 하는 무난한 배경이 됩니다. 안전요원 유니폼이 노출콘크리트 색과 비슷한 회색인 것도 우연이 아니었겠지요.

앞서 말한, 둘러싸고 있는 발코니 같은 공간과 온갖 가구들, 유리 너머 보이는 건너편 공간들의 풍경들 덕분에 이 공간이 아트리움이나 로비가 아닌, 사람들이 모이고 이벤트와 해프닝이 벌어지는 살아있는 광장 같은 풍경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운데가 비어있다 보니, 보통은 가운데에 있을 코어가 사방의 구석에 있었는데요. 기둥에 살짝 가려지긴 했지만 가운데 아트리움을 향해 열려있었습니다. 세 개층의 코어 입구가 한 눈에 보이는데, 시선이 권력이라는 흔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감옥의 간수가 된 것 같은 묘한 쾌감이 들었습니다.

물리적으로 통행을 막는다기 보다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은 이 곳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식에 가까운 게이트. 마음 먹는다면 못 건너갈 높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저 게이트를 넘어간다고 해도, 승강기나 개별 실로 들어갈 때에는 인식표가 필요하니까, 별 의미가 없지요.

건축적인 통제 장치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식으로 연출한다면, 공간이 시원스럽게 이어지는 연출에 방해가 되겠고, 심리적으로도 압박이 되겠지요. 그게 건물의 이미지를 불친절하고 폐쇄적으로 만들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담장이나 게이트 같은 몸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건축적인 요소는 가급적 존재감을 희미하게,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럽게 연출합니다. 실제적으로는 카메라나 인식표 같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도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인 성취로 통제를 하고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3

앞선 포스팅 (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2 )에서 격자 하나하나가 제각기 점멸되는 모니터의 픽셀 같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런 감상을 뒷받침하는 사진들을 몇 개 더 올립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도 찍었네요.

이런 장면에서는 예전에 연필 뎃생 연습할 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물론 지난 포스팅에서도 여러번 말했듯 시점의 위치와 햇볕의 방향에 따라 밝고 어두운 패턴이 달라지는데요. 입주해서 일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조형만으로는 헷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패턴을 길잡이로 삼을 법 합니다.

로비를 이루는 꼭대기, 3층으로 올라가면 구조체의 옆구리가 가지런히 겹쳐 보이고,

잔물결 그림자가 일렁이면서 구조체를 타고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잔물결 그림자는 당연히 빛과 함께 흘러넘쳐 건물 구석구석으로 퍼집니다.

날씨가 맑아서 햇볕이 쨍하게 날카로워지기라도 하면 그 효과가 사뭇 현란해집니다. 천창을 가진 천정 높은 아트리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연한 풍경이긴 한데,

그런데 그냥 조각난 햇볕이 아니라 잔물결 그림자가 일렁거리는 빛이라서 생동감이 넘칩니다. 꿈틀거리듯 바들바들 떨리는 빛인지라, 산들바람 부는 울창한 숲 속 나무들을 비집고 들어온 조각난 햇볕같기도 하고요.

잔물결의 일렁임으로 번역된 바람의 흐름이 조각난 햇볕을 따라 로비 깊숙한 구석까지 내려 꽂힙니다.

아주 간단한 트릭인데 감성을 건드리는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표현만으로 따진다면 미디어 아트 등으로 훨씬 더 현란한 효과를 쉽게 연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2

로비로 올라가서 처음 눈길을 끌었던 것은 탄탄하게 세워진 유리난간…

유리난간으로는 이례적으로 삼중유리를 썼습니다. 유리는 투명하니까 몇 장을 겹치든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겠는데, 모서리에서는 유리의 두께가 의외로 눈에 잘 들어옵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에서는 이 정도의 존재감을 갖추는 것이 어울리는 표정인 것 같습니다. 안전을 염두에 둔 계획이겠는데, 표현의 의미도 만만치 않게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스침을 겸하는 상부의 금속 띠는 난간이 끝나면서 유리의 윤곽을 따라 액자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필요한 상황에서는 판으로 확장되어 칸막이가 됩니다. 재치있는 흐름의 디자인이 보기 즐거운데, 다만 이런 흐름이 키가 다른 유리들이 구십도로 맞붙는 부분에서는 조금 어색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놀라운, 압도적인 공간. 아무나 이런 공간을 드나들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축복입니다. 공간 속을 튕겨다니면서 둔해지고 은은해진 온갖 소리들이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느낌. 소리의 느낌만으로 공간의 스케일이 암시가 되고, 그 것이 공간의 색깔이 됩니다. 일반적인 사무소건물 로비라기 보다는 커다란 기차역이나 공항 같은 느낌에 가까운데, 그 곳에서 곧잘 느꼈던 여행의 설레임까지 무의식적으로 연상되고, 그런 감정이 공간을 경험하는 감흥의 일부가 됩니다.

엄격하게 정돈된 또렷한 윤곽의 공간 속, 군데군데 에스컬레이터가 유연하게 흘러가고 있었는데, 이런 생동감이 공간 체험의 설레임을 더해주고 있었지요.

 

정사각형 윤곽의 평면을 갖는 거대한 공간인데, 가운데는 정사각 패턴의 천창이 놓여있습니다. 그 위는 아시다시피 건물 덩어리의 가운데, 텅 빈 외부공간으로 이어집니다. 수 십 킬로미터 스케일에서의 도시적 맥락을 염두에 두며 계획된 건물 덩어리 계획이 내부 공간 구성에까지 명쾌하게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한개 층은 되어 보이는 두툼한 깊이의 구조체는 물론 여러 종류의 힘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천창 위 물결이 자아내는 빛무리를 전달하는 매체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위로 올라가 시선이 높아지면, 고개를 한껏 젖혀야 겨우 보였던 두툼한 구조체의 옆면이 바로 눈 앞 가까이에서 넓게 펼쳐집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방향, 밝기, 바람의 세기 등등의  요인들이 조합되어 일으키는 잔물결. 구조체는 그 잔물결이 튕겨내는 빛의 일렁임을 받아내는 스크린이 됩니다.

아주 단순한 패턴인데, ‘깊이’가 있다보니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데요.

천창 위 건물덩어리들이 자아내는 그림자 때문에, 반복되는 네모난 구멍들이 받아내는 빛이 제각기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구멍하나하나가 모니터의 광점같은, 제각기 다른 빛을 뿜어내는 픽셀같은 모습이 됩니다.

각각의 픽셀들이 연출하는 빛과 어두움의 패턴 또한 시점과 날씨에 따라서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1

며칠 전,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에 다녀왔습니다.

신용산역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통로입니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이 통로를, 지상 로비로 직접 연결되는 공식적인 주출입구 못지 않게 중요하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경계를 문이라는 선으로 규정하지 않고, 통로라는 공간으로, 두툼하게 설정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지하철역이나 지하도는 경제성이나 내구성, 그리고 평범한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를 의식하여 무난하게 디자인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식으로 조성된 공간에 길들여진 무딘 감각을 충분히 씻어내고 들어오라는 제스춰로 보였습니다. 마침 회색톤의 반광택은 지하도에서의 광택나는 하얀색 질감과 앞으로 펼쳐질 밝은색의 노출콘크리트 질감 사이의 중간 정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회사의 성격에 어울리게, 섬세하고 화사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네요. 레이져로 맞춤식으로 도려낸 패널을 조합하니, 그라데이션 효과 같은 것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배후 가새에 구멍 낸 알루미늄 판을 비스로 고정했는데, 이 정도는 눈에 크게 거슬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시공성도 좋겠구요.

가까이에서는 알루미늄판의 두께가 확인이 됩니다. 글자로 도려지는 부분 언저리는 투명아크릴 따위로 고정한 듯.

천정 패턴에서 새어 나온 빛이 거리를 두고 벽에 부딛쳐서 빛무리가 생기고, 그 빛무리가 벽 패턴과 겹쳐져서 풍요로운 효과가 연출되네요. 사진으로는 구멍 난 패널 위에 듬성듬성 하얗게 붓터치라도 해놓은 것 같습니다만, 평면 위에 빛이 내려앉은 모습은 물감칠을 한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천정과 벽 사이 모서리 언저리를 관통하고 있을 빛의 궤적과 공간의 부피가 의식됩니다. 디자이너도 이런 상황까지는 아마 예상을 못 했을 것입니다. 대체로 실현된 것은, 상상했던 것 보다 뭐라도 더 많은 것들이 구현됩니다. 좋은 계획에서는 더더욱 그렇구요.

묵직하고 두툼한 문틀에 아주 작게, 일관된 폰트로 새겨져있는 안내 문구.

열고 들어가면 펼쳐지는 아케이드. 천정과 바닥의 정사각형 패턴은 조만간 펼쳐질 압도적 풍경을 암시하는, 복선입니다.

일관된 폰트가 새겨진, ‘미러’ 처리되어 존재감을 감춘 안내판도 좋네요.

바닥에도 이어지는 정사각 패턴. 화강석 혼드마감인데, 한국성, 한국의 질감, 한국의 정서를 생각할 때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재료입니다. 오히려 외국 건축가의 작업에서 한국성을 의식하고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볼 때가 많습니다.

아케이드가 마무리되는 부분에서 로비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입니다.

에스컬레이터 옆면을 제작사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스테인레스판으로 끝내지 않고 두툼한 콘크리트벽을 덧붙였는데, 기성복이 아닌 맞춤옷 같은 느낌으로, 공간 전체, 건물 전체의 품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난달까요. 기둥과 벽에서의 질감이 일관되게 반복되어 디자인 개념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혹시 점검이나 정비의 문제는 없을지 모르겠는데, 다 검토를 했겠지요.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에서는 쉽고 무난한 곡선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단순한 조형으로 이루어진 전체 건물의 디자인 색깔에 잘 어울리는 구성입니다.

오픈하기도 전인데 벌써 이런 흠집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원색의 두툼한 코너 가드 같은 것을 붙인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미니멀리즘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걸레받이 없는 벽, 코너가드 없는 모서리를 만들 요량이라면 감수해야 할 일이겠지요.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2 로 이어집니다.

 

 

[동경]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4

2층까지 내려왔습니다. 아까 1층 로비에서 뚫린 천정 사이로 얼핏 보았던 공간이지요. 역시 바깥에서 암시되었던 지붕 윤곽 그대로의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계단실에 붙어있던 안내판을 다시 보면,

1층과 2층 사이에 부분적으로 천정이 트여서 한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그림으로도 그대로 설명되고 있었네요.

한쪽 벽면은 입체 패턴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기 조화 그릴이 패턴 안에 통합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지그자그로 엇갈리며 배열되는 면 패턴인데, 지역적인, 전통적인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축가의 작업 성향을 비추어, 아마도 이 패턴 또한 어딘가에서 참조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반층 정도 내려가면 크게 뚫린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펼쳐집니다. 입체적인 공간 얼개 덕분에 바깥을 향해 쏟아지는 듯한, 몰입되는 듯한 효과가 납니다.

길 건너 센소지로 통하는 가미나리몽 언저리 거리 풍경이 가득 펼쳐집니다. 기다란 테이블이랑 의자가 넉넉하게 놓여있어서, 창가에 앉아서 창 너머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관광지 답게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멍하니 앉아서 사람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지요. 편히 앉아서 쉴 수 있고 창문 너머 구경거리도 있는 좋은 자리인데, 사람이 없어서 좀 의아했었지요. 설계하면서는 창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이 공간이 붐빌 것이라 기대했었을 텐데, 의도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죽어있었습니다.

올려보았던 구멍을 통해서 내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1층 로비만 해도 사람이 제법 많았어요. 건물 속 전망대나 강의실 등에 가지 않더라도, 안내데스크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많았거든요.

구멍(보이드)를 끼고 내려가는 계단도 넉넉한데, 2층에 넉넉하고 편한 자리가 있음에도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거리를 거닐고 로비의 안내데스크를 이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2층에 재미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든가 봅니다. 우리는 보통, 투명한 유리 안팎으로 시선이 훤하게 통할 것이라 막연히 짐작하기 쉬운데, 빛의 방향이나 안팎의 밝기 차이에 따라서 벽 못지 않게 시선이 막혀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리 자체에 색이 들어가 있거나, 이 건물처럼 창 바깥에 루버를 촘촘하게 세우기라도 한다면, 더더욱 그렇게 되겠지요. 창 너머에 어떤 공간이 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읽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여기인데요. 통유리로 막혀있지 않고 시원하게 뚫려있는 발코니로 연출되었더라면, 발코니에 앉아서 거리구경, 사람구경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도 잘 보였겠지요. ‘저 곳에 저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밖에서부터 잘 읽혔을 것이고,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저기에서 앉아서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저기에 올라가서 거리 구경을 해보자’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보다는 한결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2층도 그렇고, 건물 전체도 그렇고요.

건축가 켄고구마는 단단하고 빈틈없고 완결된 건물이 아닌, 부드럽고 빈틈많고 약한 건물을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디자인 철학이 이 건물에서는 앞서 보았던 구멍난 지붕이라든지, 듬성듬성 배열된 루버 등으로 표현되고 있고, 건물의 공간 구성도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다른 보통의 강한 건물들 보다는 소통의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루버 너머의 유리는 완고하게 불투명해서,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당장의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 점이 단적으로, 2층 공간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재치있고 장소에 잘 들어맞는 좋은 디자인의 건물인데, 와중에 굳이 찾아낸 아쉬움이랄까요.

 


 

3줄요약

1. 작년 10월 말 동경에 갔었을 때, 존경하는 건축가, 켄고구마가 디자인한 아사쿠사관광안내소를 구경했었는데요.

2. 장소와 성격에 잘 들어맞는, 유효한 전략이 돋보이는 건물이었습니다.

3. 오랜만에 좋은 구경했습니다.

 

[동경]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3

계단으로 슬슬 내려옵니다. 아래층 복도에 안내책자를 놓는 작은 책상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찾아보니 건축가의 저서 ‘작은 건축’에서 언급되었던, 그가 예전에 제안했던 폴리고늄(폴리곤+알루미늄) 시스템이네요. 약한 건축, 작은 건축, 의성어 의태어 건축 등으로 일관되게 꾸준히 다듬어진 컨셉의 결과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보았던, 구멍 송송난 지붕과도 닿아있는 이야기이지요. 명쾌하고 정교한 컨셉이 때로는 건물의 요소로, 때로는 건물 안 가구로 변주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공기조화 토출구를 바닥에 놓는데, 재료는 연속적으로 맞추는. 이런 장면은 언제 봐도 참 반갑습니다.

계단실에 붙어있던 층 안내 표식인데,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숫자를 보면, 각진 셰리프를 살짝 붙여서 모던한 와중에 살짝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네요. 아무튼 이 모양 그대로 …

개별 공간의 윤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미러’ 반전을 하면 위의 표식 모양 그대로가 됩니다.) 이 경우는 작은 계단식 강당이었네요.

계단에는 붙어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센터 전체 시설 안내도도 있고, 해당층의 위치와 윤곽을 드러내는 아이콘도 있고, 층수를 표현하는 글자도 있었고요.

계단 참에는 진행방향과 층수의 변화를 알려주는 표식도 있었는데, 글자와 방향막대기(?)가 따로 놀지 않고 같은 스타일로 한 몸처럼 잘 조직되어 있네요. 여기에서도 글자 획의 끝에 살짝 뾰족하게 솟아오른 셰리프가 건물의 맥락에 어울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벽을 음각으로 파서 손스침 겸 조명상자를 만들었는데. 튀어나온 손스침 보다는 공간(계단폭)을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의있게 연출하면, 이동을 위해 할 수 없이 만든, 얼른 지나가면 충분한 공간, 그 이상의 느낌이 생기니, 계단 오르내리는 사람 입장에서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요.

그런데 배선이 훤히 드러나는 모습은 좀 의외였구요.

화장실은 극도로 모던해서 오히려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전통과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억해두었다가 언젠가 써먹고 싶어집니다. 스텐레스 판을 접어서 상판과 세면대를 일체로 만든다든지. 거울을 수도꼭지 공간까지 꽉 채운다든지. 스텐레스 판의 접힌 모서리랑 거울의 위치를 맞추어 거울을 스텐레스랑 같은 톤으로 연출한다든지.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4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