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물결지붕집, 네이버 리빙 판 메인화면 노출!

‘물결지붕집’이 ‘월간 전원속의내집’ 네이버 포스팅을 거쳐서, ‘네이버 리빙코너’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었습니다. ‘세 아이를 위해 지은 단독주택, 독특한 물결 지붕을 가진 집’이라는 타이틀이 센스 있어 좋네요. 취재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적극 협조해주신 건축주 가족 여러분들, 꼼꼼히 지어주신 하우스컬쳐 김호기소장님과 전진화실장님, 열심히 취재해주시고 좋은 기사 써 주신 전원속의내집 편집부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네이버포스트링크는여기!

[깊은풍경]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공공건축가에게 주어지는 기회로,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지명현상설계에 참여했습니다. 지명현상설계는 일반적인 현상설계 보다 당선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한계와 부작용을 보완하는 사회적경제에 예전부터 관심을 두어왔던 터였습니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생각하며 한참 진행하다 마감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건축한계선과 주차진출입 방면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이 참여등록 며칠 뒤 추가로 제공되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진행해왔던 디자인을 폐기하고, 며칠 만에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제출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꼴찌는 면했다는 사실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여기에 공유하는 내용은 가이드라인을 모르고 진행하다 폐기한 대안입니다. 어이 없는 실수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다짐하는 마음, 그리고 탐구하고 실험했던 내용 응용하고 발전시켜야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투시도

지원센터 관리실, 강의실, 회의실, 입주기업 사무실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건물로, 유형으로 따지자면 동네 근생건물입니다.

전면부

사회적경제는 ‘선언’입니다. 참여와 확장, 이종교잡을 통한 기대 이상의 성장을 독려하는 선언.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이 ‘선언’을 온전히 드러내어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건물 전면의 수직 루버는 서향의 따가운 햇볕을 걸러주는 건축장치이자, 선언을 담아내어 드러내는 소박한 틀이기도 합니다.

매니페스토 발코니와 메시지프레임

현상설계는 개념의 경쟁이기에, 쉽고 세게 어필하기 위해서 오글거리는 말을 만들어 붙이기도 합니다. 수직루버에는 ‘메시지프레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메시지프레임’을 다이빙대처럼 관통하며 튀어나오는 발코니에는 ‘매니페스토발코니’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아, 지금 생각해도 좀 화끈…)

옥상정원

옥상까지 올라오는 승강기. 적당히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감.

저층부

건물 덩어리의 윤곽, 메시지프레임, 매니페스토발코니, 출입구캐노피, 창문 윤곽, 계단실 지붕 등, 둥글둥글한 조형은 건물의 여기저기에 집요하게, 일관되게 적용되어…

가구를 비롯한 온갖 소품, 사람, 플랭카드 문구 등, 온갖 요소들 하나하나를 만지면서 공들였던 기억. 패배자의 미련일 뿐이겠으나, 이 때의 경험과 교훈이 언젠가의 성공을 위한 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은.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8

사용승인을 앞두고 한창 마감 마무리중인 현장. 며칠 전의 모습입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뒤돌아, 주인침실방면을 바라보는 장면. 집을 대표할 만한 이미지가 될 텐데, 햇볕 효과는 걱정했던 것 만큼 현란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시각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해시계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락거리는 세 자녀분들의 시점으로는 부모님의 캐릭터, 부모님의 인기척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되리라 생각했고, 그래서 무대처럼 보란듯 멋지게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어색해 보입니다. 붙박이 가구가 날개벽까지 꽉 채우게 들어서고, 복도 한켠에 허리높이까지 책장이 들어서야 비로소 완성된 미장센이 됩니다. 기대 반 걱정 반.

따님방과 아드님방으로 연결되는 긴 복도. 유리는 대체로 투명해 보이지만,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불투명한 벽이나 영상을 반사하는 거울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늘어선 유리 고창(clerestory)들은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유리와 거울의 조합처럼 느껴질텐데, 그게 삶의 생생함, 삶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맨 끝의 아드님방. 아이레벨에서는 아껴아껴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창을 뚫는데, 고창이 있기에 전혀 갑갑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열리는 창문은 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고창을 통해서 흘러가는 구름과 변하는 햇볕이 보이고, 고정된 집 안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이는 배나 비행선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저 만의 착각일지도요.

따님방. 인테리어를 맡아주신 전진화실장님의 배색 감각이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벽면색감과 뻐꾸기창은 다소 보수적인데, 천정으로 조성되는 공간의 윤곽은 대담해서, 좋은 대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유리고창이 차광이나 차음에는 불리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족 사이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방이 호텔방처럼, 완전히 밀폐되는 블랙박스가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런 필요는 과연 언제부터 당연한 조건이었나, 의심합니다. 불과 몇십년 전의 일입니다. 방과 방 사이가 종이 한 장으로 구획되었던 적도 있었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살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사생활 나누기의 빈틈에서 가족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기회가 생기고, 가족들 각각의 삶이 겹쳐지고 소통되는 가능성이 생긴다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자아를 강조하는 담론(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어요.)에는 가족산업, 가족전통, 가족공동체를 해체하여 다량의 노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산업혁명 초기의 기획이 깃들여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주인침실. 초록벽 너머 부부욕실과 파우더룸까지 더하면 넉넉한 마스터배드룸존이 됩니다만, 침실만으로는 아드님방과 따님방과 비슷하게, 콤팩트한 스케일입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7

지난 11월5일과 11월20일, 감리 나가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외장마감 막바지, 비계 해체하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이 모습을 최종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빗물홈통 도장이나 지붕 모서리 등, 마무리 몇몇 작업으로 인상이 많이 달라집니다. 지금은 설계 단계에서의 시뮬레이션이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았었나, 하는 뒤늦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막을 걷어내니 몇 달 전 모니터로 보았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되돌아보면, 이 시점에서 마땅히 확인했었어야 하는 몇 가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나름 다짐하고 방문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새롭게 발견되는 풍경들에 압도되어 보아야 할 것, 이야기해야 할 것을 놓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역시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현장은 김호기 소장님께서 흑심 없이 성실히 관리해주셔서 그런 후회가 아주 적은 편입니다.

내부마감이 시작되면서 공간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진행중인 현장의 풍경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천정마감의 접힌 각도를 맞추기 위해서 애써주시는 모습.

엇그제 찍은 사진들. 비계를 완전히 해체하고 마감을 마무리하니 사뭇 다른 인상이 됩니다. 사실은 현장에서 보내오는 사진들을 보며 조금 당황해하고 있던 터였습니다만, 밝은 햇살 아래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안도했습니다. 선홈통이 연출하는 장식적인 효과는 상상했던 것 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마감이 붙고 공간의 윤곽이 온전히 드러나니 비로소 공사 막바지임을 실감합니다. 바깥에서 선홈통이 드러내고 있던 장식 효과. 실내에서는 군데군데 불쑥불쑥 드러나는 중목구조체가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원하는대로 유리가 잘 세워질 수 있을지, 유리가 세워지면 공간 이미지는 또 어떻게 달라질 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집이 여러 방향으로 길쭉길쭉해서 볼거리는 많습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계절이 바뀌면서 집 안 풍경이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긴 복도를 통해 드러나는 지붕 아래 천정의 공간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천정 마감공사를 해주신 내장목수팀 어르신들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돈의문마을박물관특강

지난 10월24일, 돈의문마을박물관 전시관에서, 오랜만에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풍경을 읽어내다’라는 주제 아래, ‘익숙한 일상, 낯설게 바라보기’ ‘익숙한 건축, 새삼스레 따져보기’ 라는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특강을 가끔 하는데, 제법 잘 합니다. 그럴듯한 이야기 잘 풀어내고요, 반응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컨텐츠를 쌓아가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기회를 꾸준히 갖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깊은풍경]읍내로의초대

지난 9월 6일 마감했던 파주시 조리읍 행정복지센터 신축 설계 공모전 제출안을 정리해서 포스팅합니다. 엠아이엔건축사사무소의 김정민 소장님과의 첫번째 협업 결과입니다.

패널

조리읍행정복지센터는 좋은 마을을 만들어내는 촉매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좋은 건물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좋은 마을이 되어야 합니다. 읍내 커뮤니티 부활의 선언이어야 하고, 읍내 거리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읍내 시가지

봉천로는 읍내 커뮤니티의 공간적 배경입니다. 굽이치듯 흘러가는 형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오랫동안 다듬어진 거리임을 암시합니다. 특유의 공간감은 적지 않은 유동인구와 함께 아늑하고 인상적인 거리풍경을 연출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사는 봉천로와의 소중한 접점을 주차장에 내어주고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연속된 거리 풍경을 깨고 있으며, 활기가 이어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제안하는 조리읍행정복지센터의 배치

새로운 행정복지센터를 봉천로에 바짝 붙여 길게 배치합니다. 읍내 거리의 공간감을 또렷하게 만들고 활력을 이어서 연장하기 위함입니다. 행정복지센터는 거리의 연속이자 마을의 일부가 됩니다. 광역 교통 흐름을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것은 인근 통일로의 역할입니다. 봉천로는 보행 위주의 생활가로가 되어야 합니다. 읍내 거리 활성화는 읍내 커뮤니티의 부활로 이어질 것입니다.

투시도

봉천로에 길게 접하는 건물 본체는, 적절한 수직밀도를 확보하여 읍내 거리의 입체적인 공간감을 강화합니다. 건물의 전면은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드러내고, 건물 안팎을 오가는 움직임을 드러내는 스크린입니다. 읍내거리의 활기를 연장하고 담아내는 배경이 됩니다.

등각투상도

전면의 수직루버는 따가운 저녁 햇볕을 걸러주는 장치입니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막고, 유리 특유의 차갑고 배타적인 표정을 완화하는 등, 개방성과 투명성을 미덕으로 삼는 유리건물의 약점을 보완합니다.

커뮤니티의 구심이 되려면 지역특유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완만하게 낮은 산과 넓은 평원, 그리고 습지. 파주의 풍경을 요약하는 키워드입니다. 특히 봉일천은 철새도래지로, 넓게 펼쳐진 갈대밭으로 유명합니다. 수직루버는 완만하게 기울어진 지붕과 함께, 파주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암시합니다. 수직루버 패턴은 종합민원실 전면 외부바닥으로 확장되어, 읍내거리의 입체적 공간감을 강화합니다.

종합민원실 실내 투시도

버스정류장에서 1분 안에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종합민원실. 관공서라기 보다는, 읍내상점에 드나드는 것 같은 경험입니다. 종합민원실은 읍내거리풍경의 일부분이자, 그 자체로 작은 마을입니다. 회의실, 읍장실, 상담실, 문서고 등 구분된 개별 공간들은 각각의 작은 집입니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읍내 커뮤니티의 스케일과 정서를 표현합니다.

저로서는 건축사사무소 개설 신고를 한 이후로 처음으로 도전하는 공모전 도전이었습니다. 파트너와의 협업 , 그리고 비교적 큰 규모 프로젝트의 계획은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힘든 와중에 그래도 재미있는 진행이었고, 나름 기대도 했었는데 수상권에 들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어떻게든 교훈을 찾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당선작과 비교하며 리뷰하게 됩니다. 대체로 납득하고 인정하게 되는데, 그래도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도전은 계속됩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4

며칠 전 현장 사진들을 올립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1층과 2층 벽체 콘크리트 조성을 마치고, 중목으로 지붕 구조를 세우는 모습입니다. 이제야 집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지붕이 좀 껑충하게 높아보이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은 비례로 보여 안심했습니다. 이번에 시공을 맡은 하우스컬쳐의 김호기 소장님은 일단 성실하시고, 일본계 단독주택 시공회사 등 알찬 경력을 쌓으셔서 전문지식도 많으십니다. 현장정리정돈 등 기본기가 탄탄하여 현장 방문할 때 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사진도 참 잘 찍으십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우여곡절을 거쳐, 지구단위계획에 타협한 지붕디자인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중목구조는 수피아에서 맡아주셨습니다.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순발력있게 제시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이렇게 뼈대만 올라온 모습이, 조형적으로는 참 인상적입니다. 농담삼아 이 단계에서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뼈대만의 조형은 조만간 사라지겠지만, 뼈대로 이루어지는 면의 조형은 고스란히 실내에서 느껴지게 됩니다.

사진 : (깊은풍경) 천경환

설계하면서 늘 상상하던 스케일인데, 막상 몸으로 겪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뼈대의 조형이 가려지는 것도 아쉽지만, 뼈대와 뼈대를 잇는 상세 또한, 마감으로 가려버리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내 고창이 뼈대와는 다른 윤곽으로 세워질 것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사진 : (깊은풍경) 천경환

중목 부재를 연결하는 일부 철물들은 단지 연결의 역할을 넘어, 사실상의 주된 구조체 역할을 합니다. 이런 구조체는 외벽 고창을 통해 안팎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중목업체의 적극적인 제안 덕분에 이런 디테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사진 : (깊은풍경) 천경환

이런 연결철물 또한 고스란히 노출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정동 주택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3

오랜만에 포스팅합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바쁜터라, 때에 맞추어 포스팅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세종시단독주택은 지난 7월2일 착공 이후, 12월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시공 진행중입니다. 시공을 맡은 하우스컬쳐 의 김호기소장님께서 현장관리를 워낙 꼼꼼하게 잘 해주시는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장 실무에 대해 아시는 것이 많고 디자인에 대한 욕심도 많으셔서, 건축가인 제 입장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건축허가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지침 해석 관련 우여곡절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나름의 교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지난 4월 말의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세종시는 지구단위계획지침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유명합니다. 세종시청 건축과와 별개로, 지구단위계획 관련 내용을 담당하는 ‘행복청’이라는 별개의 기관이 있을 정도입니다. 정돈되고 일관된 도시풍경을 연출하기 위함이겠지요. 여러 지침 내용들 중 지붕 모양 관련된 ‘권장사항’이 있는데, 그 권장사항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완’ 지시가 떨어졌었고, 설계자로서 그 지시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반박 자료를 만들었더랬습니다. 그 자료를 올립니다.

담당 공무원에게 보여드릴 목적으로 만든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표지.

문제의 조항이 왜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는지 짐작하고,
계획된 평면 계획에 권장사항을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면 오히려 불합리하며,
오히려 허가신청 내용이 권장사항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나,
오히려 여러 면에서 지구단위계획지침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
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도 만들고 모형도 만들어서 협의를 해보았으나,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구단위계획 권장사항에 맞춘 지붕디자인의 대안을 새롭게 만들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서 시공 중입니다. (아마도 다음 포스팅에서 보여드리게 되겠지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지구단위계획지침은 정돈되고 일관된 도시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설정된 약속입니다. 결과적으로 개별 건축가의 디자인 자유를 제약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지구단위계획지침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건축가로서 마땅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형식적으로 지키기 보다는 지침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단위계획지침 적용방침이 까다로워진 데에는, 지구단위계획지침의 취지를 무시하고 지침의 적용을 편법적으로 회피해온 건축가들의 책임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봅니다. 지침의 적용을 경직되게 주장하는 담당자들의 입장을 그래서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당시의 허가신청안이 지구단위계획지침의 취지에 더 충실한 안이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2

구체적인 평면계획이나 공간구성은 훗날 기회가 있을 때 정리해서 드러내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개략적인 내용을 보여드리기로 합니다.

1층을 놓고,
그 위에 2층을 놓고,
지붕을 올리기 전, 지붕과 2층 벽면 상단 사이에 고창(clerestory)를 끼웁니다.
차양, 루버, 선홈통 같은 요소들도 중요하지요.
이제 그 위에 앞선 포스팅에서 탐구했던 지붕을 올립니다. 지난 원주 나비지붕집에서는 각형강관으로 뼈대를 삼았었는데, 이번은 중목구조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구조층과 단열층을 겹칠 수 있어 지붕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접히는 지붕 단면 형상에 맞추어 부재단면을 가공할 수 있으니, 실내 천정 마감면을 만들기에도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주 나비지붕집에서는,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형식이다보니, 시공과정에서나 사용이나 관리 면에서 교훈으로 삼을만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원주 나비지붕집의 스타일을 한층 고도화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하늘 어디엔가에서 모형을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올망졸망하게 접힌 면들이었는데, 눈높이에서는 사뭇 다른 인상이 느껴집니다. 어떤 시점에서는 원근감 덕분에 지붕의 방향성, 운동성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의도는 아니었는데, 마치 조각난 지붕 용마루들이 일직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진입하는 도로에서 보면, 역시 의도는 아니었는데, 지붕이 한방향으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의 포스팅은 과거의 기록입니다. 몇 주 뒤, 지구단위계획지침 해석 관련 뜻하지 않은 마찰을 겪게 되고, 지붕 디자인에 변화가 생기가 됩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1

매체에 실린 나비지붕집이 마음에 들어 찾아 오신 의뢰인.

치열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 맞벌이 젊은 부부와 세 명의 아직 어린 아이들. 다섯 식구가 살아갈 집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세종시 단독주택필지로, 경계를 알아 볼 수 없는 벌판에 자리한 어느 땅입니다. 작은 찻길 건너 커다란 유치원을 마주하고 있고. 조금 멀리 얕은 산이 있고. 아주 멀리로는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무수히 많은 아파트들이 보입니다. 길 건너 유치원에게 다정하고 자랑스러운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에게는 단독주택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마을의 탄생을 알리는 집의 등장이 될 터이니, 뒤이어 들어설 이웃집들에게는 본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종류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필요한 공간목록과 공간조직, 꿈꾸는 생활상, 개인적인 취향, 꾸려나가고자 하는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설정. 사소하고 소박한 취향. 집에 관련되어 떠오르는 모든 이야기를 두서 없이 편하게 써달라 부탁드렸습니다. 느슨한 수필과 단편소설, 그리고 상품 주문서의 성격이 뒤섞인 글입니다. 가장 유력한 길잡이가 될 글이니, 밑줄 그어가며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습니다.

땅에 집을 어떻게 앉힐 것인지부터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네모 반듯하게 차곡차곡 늘어선 땅에서. 만들어야 하는 면적을 채우면서. 길에서 떨어진 아늑한 마당, 자동차 두 대가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주차장 등,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배치대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곱가지 배치 대안에서 압축된 두 가지 대안. 그 두 가지 중에서 권해드리고 싶은 한 가지의 대안으로, 건축가의 선택은 우여곡절을 거쳐 이미 정해졌습니다. 크고 작은 도면으로 출력해서 찢고 오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설명드렸습니다. 어렵지 않게 동의해주셨습니다.

권해드린 배치 대안에는 간략한 평면 계획이 들어있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까만 선. 그 선들이 의미하는 공간은 실제로는 얼마나 넓고 긴 느낌인가. 스케일 감각을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낌 없이 커다랗게 출력해서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움직임의 흐름, 시선이 지나가는 길, 가구가 놓일만한 가능성 등을 두서 없이 알록달록한 색연필로 마구 그어가며 설명드렸습니다. 의뢰인도 다른 색깔의 색연필로 대응합니다. 예전에 정림건축학교에서 써먹었던 스케일 인형이 아주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진행될 설계 일정표를 보여드렸습니다. 설계 과정은 의뢰인도 건축가도 아직 모르는 어디엔가로 함께 떠나는 여행과도 같습니다. 그 속에서 일정표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배치대안과 간략 평면이 정해졌으니, 첫 만남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두번째 만남에서는 다듬어진 평면계획과 더불어 외장재의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너무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조금 느슨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빠듯한 일정이기에 진행속도가 중요합니다만, 그럴 수록 빠뜨리기 쉬운 핵심 가치를 거듭거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만남. 두꺼운 선으로 그렸던 벽에 실제 두께가 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면과 더불어 입체 상황을 설명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나비지붕집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취도 있었지만, 실행과정에서의 착오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구축의 측면에서나, 형식의 측면에서나, 조형으로나, 조금 더 개념에 충실하고, 그래서 더 발전된 나비지붕집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의뢰인도 나비지붕집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찾아오셨으니, 충분히 해볼만한 일입니다.

나비지붕이라는 형식 속에서, 최대한 편견을 버리고 여러 대안들을 만들었습니다.

공간의 배치 상황, 겉으로 보이는 조형, 빗물 처리 등… 고민할 조건들이 몇 있습니다. 결국 선택된 것은 가장 균형잡히고, 가장 규칙적인 패턴을 보이는 대안이었습니다.

나비지붕 조형 탐구와 더불어, 벽두께와 창호, 그리고 수납가구가 표현된 평면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평면은 평면대로 계속 다듬어집니다. 모형으로 표현하기 아직은 애매한 것들은 컴퓨터모델링으로 보여드립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 그리고 평면의 상세한 내용. 결국 ‘창문이야기’입니다. 창문 하나하나의 모양, 위치, 여닫는 방식을 말씀드리며, 그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수정을 위한 ‘빨간펜’을 준비했습니다. 원하시는 내용을 모형 위에 주저하지 마시고 그려달라 했습니다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달리 하실 말씀이 없다 하셨습니다.

협의가 끝나고 의뢰인은 떠나시고 혼자 남아서. 선택된 지붕 대안을 얼른 만들어 큰 모형에 올려보았습니다.

1/30 스케일의 큰 모형이다 보니, 실내 풍경 찍기에 좋네요. 1층 가족실. 천정은 높게. 창문은 낮게.

나비지붕의 효과는 길게 뻗은 복도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계단실 겸 가족실로 이어지는 2층. 고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의 효과와 접힌 지붕의 조형 효과가 그럭저럭 상상이 됩니다.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